자진 출두 송영길 “내가 모르는 상황 있을 수 있어”… 위법 수사 주장도
“검찰이 주변 사람 괴롭혀” 비판
싱크탱크 ‘먹사연’논란에는
“장부 조사하면 무관 드러날 것”
국힘 “수사 방해 특권 의식 출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오전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검찰은 현 시점에서 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송 전 대표는 출두를 강행했고 결국 조사를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은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해 검사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청사 로비에서 돌려보냈다. 송 전 대표는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귀국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송 전 대표는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금품수수 논란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모든 것은 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받아야 하지만 증거에 입각한 수사를 해야지 먼지털이식 별건 수사로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인격살인을 하는 수사 행태가 반복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금품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모르는 사실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법정에서 다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의 개인 싱크탱크인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의 후원금이 경선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회계장부를 (검찰이)가져갔으니 분석해 보면 관련이 없다는 게 드러날 것”이라면서 “먹사연 도움 덕분에 인천 국회의원인 제가 가덕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부산, 울산, 경남의 경제발전 계획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의 검찰 출두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기각시키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과 함께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의 자진 출두에 대해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알리고 당당하다는 모습을 보여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도주의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 자진 출두를 강력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전 대표 출두에 대해 “어떤 범죄 피해자도 자기 마음대로 수사 일정을 못 정한다. 이는 특권 의식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돈 봉투 게이트에는 얄팍한 ‘출두 쇼’로 덮을 수 없는 국민적 공분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회의에서 “검찰이 소환 통보를 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일정을 검찰에 통보하며 '황제 출석'한 이재명 당대표와 닮은 꼴”이라며 “일반 국민은 감히 엄두조차 못 낼 수사특권”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