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은 부산 이전 최종 고시, 법 개정 매듭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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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법 ‘본사 위치 서울’ 규정 고쳐야
반대 주장, 어떤 이유로도 명분 없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12일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 부산상공회의소 주최 부산경제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12일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 부산상공회의소 주최 부산경제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3일 고시문을 통해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공식 지정했다. 국토부의 고시문에는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금융 관련 기관이 집적돼 있는 부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유기적 협업·연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힌 게 그 하나다. 산은 부산 이전의 효용과 당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또 하나는 “산은은 수도권 잔류기관에서 제외한다”라고 명시한 부분이다. 산은은 그동안 2005년 공포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수도권 잔류기관으로 묶여 있었는데, 그 족쇄를 풀어 준 것이다. 이로써 산은 부산 이전의 행정상 걸림돌은 사실상 모두 사라진 셈이다.

후속 절차로 이전 부지나 규모 등 세부 계획을 마련하는 일이 남았지만 이 역시 현재로선 큰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다음 달 중으로 구체적인 이전 계획안을 수립하고,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올해 말까지 해당 계획안을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등의 반발에 밀려 산은 기능의 핵심은 빠진 채 본사만 옮기는 식으로 계획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은데, 기우에 그쳐야 할 것이다. 산은의 본류가 일괄적으로 부산에 자리 잡지 않는 이전은 무의미하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도 산은 본사 기능의 완전한 이전과 함께 교육·주거 등 임직원들의 정주 여건 조성에 진력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법이 고쳐지지 않으면 이 모든 게 허망할 뿐이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에는 산은 본사 위치가 서울로 규정돼 있어 국토부의 고시만으로는 부산으로의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은법 개정안은 이미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다. 부산 지역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산은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는 있지만 국회 차원의 움직임은 굼뜨기만 하다. 특히 최다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 미온적이다. 당내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의원이 산은 이전을 법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등 중앙당 차원에서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저성장 극복을 위해 새 성장동력이 절실하며 그래서 산은 부산 이전이 필요하다고 최근 밝혔다. 이전 대상 기관의 수장이 이렇게 이전의 절박함을 호소하는데, 국가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정치권은 사견이나 당리를 좇아 외면하고 있으니 탄식이 어찌 안 나오겠는가. 국가 균형발전은 진영을 불문하고 역대 정부가 공히 역점 과제로 추진해 왔으며, 공공기관 이전은 그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110여 개 기관이 각처로 옮겨 갔고 앞으로도 수백 곳이 이전해야 한다. 이런 형편에 산은 이전을 반대하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정치권은 산은법 개정을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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