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 문제는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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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

오래 일하는 나라로 꼽히는 한국
노후 생활 격차도 갈수록 커져
신중년 경제 안정이 복지의 출발
초고령화사회 선두에 선 부산
건강하고 활기찬 도시 준비해야

고층 건물과 바다가 어우러진 수영만 요트경기장. 부산일보DB 고층 건물과 바다가 어우러진 수영만 요트경기장. 부산일보DB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이 올해로 42년이 되었다. 당시 노인 인구는 3.9%였고, 현재는 18.6%로 비약적 증가세를 보인다. 앞으로 인구 고령화는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2050년이 되면 60세 이상 인구가 세계 인구의 2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 고령화에 대한 시각과 해법은 제도, 사회경제, 문화적 맥락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1981년 노인으로 정의한 65세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노인으로 보기에는 사회변화의 폭이 크다. 65세는 노인이라기에는 너무 젊다.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추락하고, 생산연령인구도 5년째 감소하는 시점에서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연금제도, 은퇴제도 등 많은 영역에 과부하를 부른다.

노인 인구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노인정책과 서비스는 변화의 폭이 너무 느리다. 한국의 노인복지 정책을 살펴보면 국민복지연금법(1973), 경로우대제(1980), 노령수당(1991), 재가노인법(1993), 경로연금(1998), 고령자고용촉진법(1991),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2006), 치매관리법(2007), 기초연금제도(2008), 장기요양보험제도(2008), 치매국가책임제(2017)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 기초연금, 노인일자리, 장기요양보험이 정책의 주를 이룬다. 노인복지 예산이 증액되었다고 발표해도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노인일자리 등의 대상자 증대로 늘어난 것이지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증액은 아니다. 변화를 수용하면서 대안을 만들어 가기보다는 제도를 잘 시행하기 위해 대상자의 나이와 수급액의 조절을 고민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오래 일하는 나라가 되었다. 실질 은퇴 연령은 72.1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4.3세와 비교할 때 7.8년을 더 일하고 있다. 노인 경제활동 참여율 역시 평균보다 배 이상 높다. 국민연금이 다른 국가에 비해 늦게 시작되었기에 그렇다. 국가는 노인 일자리를 노인의 소득보장을 보완하는 대표 제도로 성장시켰고,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제도까지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그러나 안정된 노후를 마련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인구 고령화에 대한 새로운 해법 없이 이 상태로 제도를 고수한다면 한국 노인의 노후는 매우 격차가 커질 것으로 본다. 올해 초 노인 일자리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해 큰 논란이 있었다. 매년 일자리에 탈락한 노인들의 아우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의 노인 인구 50%가 빈곤하다. 노인 경제라는 대전제 아래 세밀한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인생 행복 곡선을 흔히 U자에 비유한다. 과거는 인생 바닥을 치는 연령이 40대, 50대였는데 이젠 50대, 60대로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행복한 노년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중년의 경제적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국가가 신중년 일자리 정책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 은퇴 및 연금제도의 개혁을 시도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주요한 과제라 본다. 인구 고령화가 미치는 파급 효과는 그 규모나 범위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촘촘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이 안정되고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노년은 아닐지라도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노력에 달렸다. 특히 부산은 8대 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직장을 찾아 떠나는 청년 유출로 노인만 남은 도시, ‘노인과 바다’라는 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야 하는 고독한 노인들의 사투를 떠올리는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 노인 인구가 많은 미국의 플로리다주나 하와이주와 같이 노인이 살기 좋은 휴양지로 대변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초고층 건물과 바다 절경이 어우러진 친환경 갈맷길이 펼쳐지는 부산. 바다 도시 부산의 콘텐츠는 이탈리아 나폴리, 호주 시드니보다 훨씬 풍성하고 경쟁력 있다. 부산이 초고령사회를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이 좋은 환경을 갖고서도 잿빛 부산으로 가는 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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