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값 1년 만에 17% 올라…19년 만에 최고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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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이 3월 10일 기준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같은달 8일 서울 시내 한 버거킹 매장에 붙은 가격 인상 전 메뉴 및 가격표. 연합뉴스 제공 버거킹이 3월 10일 기준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같은달 8일 서울 시내 한 버거킹 매장에 붙은 가격 인상 전 메뉴 및 가격표. 연합뉴스 제공

올해 4월 햄버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 선을 웃돌며 19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자는 12%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또 주요 외식 품목인 치킨은 물가 둔화세가 멈추고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는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이마저도 정부 압박에 가격 인상이 어느 정도 제한된 것으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의 부담이 줄지 않을 경우 가격을 또 올릴 가능성이 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햄버거의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1% 올랐다. 햄버거 물가 상승률은 2004년 7월(19.0%) 이후 1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햄버거의 물가 상승률은 2월 7.1%에서 3월 10.3%에 이어 지난달 17%대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또 지난달 피자 물가 상승률은 12.2%로, 2008년 11월(13.2%) 이후 14년 5개월 만의 최고였다. 올해 1월 8.8%에서 2월 10.7%, 3월 12.0%로 올랐고, 지난달 소폭 더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둔화세를 보인 치킨 물가도 반등했다. 지난달 치킨의 물가 상승률은 6.8%로 전월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치킨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11.4%)부터 올해 3월(5.2%)까지는 7개월 연속 둔화했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지만, 프랜차이즈들이 주로 운영하는 햄버거, 피자, 치킨 등의 외식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햄버거 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의 4.6배에 달했고 피자는 3.3배, 치킨은 1.8배였다.

햄버거와 피자, 치킨 등의 외식 물가가 오른 것은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롯데리아는 2021년 12월 제품 가격을 평균 4.1% 올린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도 5.5% 인상했고, 올해 2월 또다시 5.1% 올렸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2월, 8월에 이어 올해 2월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올렸고, 버거킹은 지난해 1월, 7월에 이어 올해 3월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KFC도 지난해 1월과 7월에 이어 올해 2월까지 세 차례 인상했고, 맘스터치는 지난해 2월과 8월에 이어 올해 3월까지 세 차례 일부 메뉴 가격을 올렸다.

피자의 경우도 비슷하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3월 일부 피자 단품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올해 2월 피자와 사이드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1월과 8월 두차례 인상했고, 피자헛, 파파존스, 피자알볼로 등도 지난해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는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가 이달 3일 소비자 권장가격을 최대 3000원 올렸다. 이로 인해 간장 오리지날은 1만 6000원에서 1만 9000원으로, 허니콤보는 2만 원에서 2만 3000원으로 올랐다. 통상 배달료가 3000~5000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치킨 한 마리를 배달해 먹을 경우 3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햄버거와 피자, 치킨 프랜차이즈가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밀가루와 식용유를 비롯한 식재료 가격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압박에 나서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되는데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1일 스타벅스, 롯데리아, 교촌에프앤비, bhc, 제너시스BBQ, 맘스터치, 본죽, 피자알볼로, 김가네김밥, 바르다김선생, 얌샘김밥 등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당분간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들이 어느 정도 부담을 감내해 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외식 업체들도 국민의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하고 있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 원자재 가격 등이 고점 대비 하락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도 높은 상황이다. 전기·가스 요금처럼 향후 한꺼번에 큰 폭으로 인상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식품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압박하니 따르지만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의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들도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가격 인상은 잠시 미룬 것이어서 언젠가 풍선처럼 한꺼번에 터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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