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를 식수로 마셔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태평양 원양선원 오염수 무방비 노출
정화장치 '조수기'는 방사능 못 걸러
선원노련, 선박 식수 안전 대책 촉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수가 부족한 경우 바닷물을 정화해 마셔야 하는 원양어선 선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정부에 안전 대책을 요구했다. 이르면 7월 오염수가 방류되면 선원들은 최소한의 방사능 검사 장치조차 없는 배에서 오염수를 마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5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이하 선원노련)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바닷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선원들의 안전 우려를 담은 공문을 해양수산부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선원노련 측은 "현재 수산물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은데, 실제로 배 위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은 국민들보다 더 먼저 후쿠시마 오염수를 직접적으로 마셔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업계는 주로 태평양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의 선원들이 직접적으로 오염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올 2월 한국방재학회가 발표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의한 해양확산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일본 동쪽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출되는 오염수 속 삼중수소는 강한 쿠로시오 해류에 의해 대부분 동쪽으로 이동해 미국 서해안까지 이동하면서 북태평양 전체에 확산된다. 한반도 쪽 유입은 해류 흐름이 약해 느리게 진행된다. 태평양 해역을 이용하는 선박의 선원들은 식수와 생활용수로 정화된 바닷물을 사용하는데, 이들이 가장 먼저 오염수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 방사능 검사 장치 등이 설치된 선박은 없다고 업계는 전했다. 선원들은 기항지에서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할 정수를 탱크에 담아 출항한다. 정수가 다 떨어지면 불가피하게 '조수기' 장치를 통해 바닷물을 정화한다. 이 물을 빨래·샤워 등의 생활용수로 사용하거나, 미네랄 등을 첨가해 식수로 사용한다. 조수기로는 세슘이나 삼중수소 같은 방사성 물질을 걸러낼 수 없다. 원전 오염수 방류가 이뤄지면, 선원들은 방사성 검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물을 사용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운항 일정에 맞춰 사용할 양의 정수를 실어서 출항하지만, 다양한 예외 상황들로 바닷물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조수기만으로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정화하거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원들의 건강 문제가 더 우려된다. 이 사안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해당 해역을 이용하는 국제 선박들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박평형수(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입되는 바닷물)에 관해서는 정부가 방사능 검사를 한다는데 정작 이 물을 직접 마셔야 하는 선원들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선원노련 측은 정부에 선박 식수 전수조사와 관리 감독 강화를 요구한다. 선원노련 박성용 위원장은 “일본 원전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해류를 타고 한국 영해에 들어오기 이전에 원양을 항해하는 선박의 선원들이 제일 먼저 방사성 물질의 위험에 놓일 수 있게 된다”라며 “정부와 선주가 우리 선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해수부 측은 검토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선원정책과 관계자는 "선박 내 오염수 측정 장비 등의 설치 여부에 대해서 아직 파악하고 있는 바는 없다"며 "선원노련에서 보낸 공문을 토대로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