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기름 통해 보는 세계사 속 진실
50가지 기름 이야기/도현신
인류의 역사는 곧 기름을 사용해 온 과정이었다. <구약성경>에 언급되는 노아의 대홍수에서 노아는 커다란 나무배인 방주에 아스팔트의 일종인 역청을 발라 방수제로 사용했고, 그로 인해 홍수를 견뎌낼 수 있었다. 여기서 언급된 역청은 땅속에서 새어 나오는 타르, 그러니까 기름의 일종이다. 또 예언자 엘리야가 페니키아인들과 내기할 때 일으킨 기적의 물은 사실 나프타(휘발유)였다.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1900년대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은 세계 최대의 산유지인 중동의 지배권을 둘러싼 영국과 독일의 다툼이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 최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세계를 주도하는 힘의 원천은 석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방식이 유지되는 것에 있다.
<50가지 기름 이야기>는 기름을 통해 세계사 속 숨겨진 진실을 살펴보는 책이다. 기름에 얽힌 세계사의 신기한 이야기, 석유에 얽힌 현대 세계사와 국제 정치 이야기, 포도씨유같이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17개 기름에 대한 정보와 상식을 담았다.
많은 사례 가운데 옛날 짜장면이 더 맛있는 이유가 흥미롭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모든 중국집이 짜장면이나 볶음밥 같은 요리를 할 때 라드(돼지기름)를 넣고 볶았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동물성 기름에 대한 인식 악화로 중국집 주방에서 라드가 사라지고 대신 콩이나 옥수수에서 짜낸 식용유로 요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도현신 지음/시대의창/264쪽/1만 68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