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뱃사람 개척자… 천의 얼굴 지닌 가야인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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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김해박물관 특별전
‘바다를 건넌 가야인’
6월 25일까지 284점 전시

‘바다를 건넌 가야인’에 전시 중인 소 말 모양의 하니와. ‘바다를 건넌 가야인’에 전시 중인 소 말 모양의 하니와.

국립김해박물관에서 2023 특별전 ‘바다를 건넌 가야인’이 6월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일본 규슈국립박물관·후쿠오카현과 공동주최로 국경을 가로지르는 해외 교류 전시다. 총 284점 전시품의 90%가 넘는 259점이 일본 유물이다. 5세기를 중심으로 4~6세기, 바다를 건넌 가야인이 남긴 것이다.

이들 유물을 보면 천의 얼굴을 지닌 가야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박물관 신광철 학예사의 설명이다. 뛰어난 대장장이면서 섬세하고 세련된 미적 감각을 지닌 장인이며, 거친 풍랑에도 굴하지 않는 뱃사람이자 국제교역에 능했던 상인이고, 수백 년간 나라를 영위한 전사이자 새로운 땅을 일군 개척자…, 이를 다양하게 아우른 것이 가야인이라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도래인’ 이주의 물결은 크게 3차에 걸쳐 있었다. 1차는 벼농사가 전래된 야요이 초창기 이후, 2차는 가야인들이 대거 넘어갔던 5세기 초엽 이후, 3차는 백제 멸망과 백강전투 이후인 7세기 후반이었다. 이중 ‘3차’는 701년 다이호오 율령 반포, ‘일본’ 국호 등장으로 볼 때 ‘일본’ 형성에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야인들에 의한 2차 이주, 그 전후의 문물 전래는 무엇이었을까. 5세기 기술혁신 시대로 일본열도 고대사를 충격한 것이 2차 이주의 성격이었다. 하지만 열린 눈으로 ‘국경 없는 고대사’를 봐야 한다고 했다. 수백 년간 일본열도로 건너간 한반도 이주민의 문화는 왜인들의 재지 문화와 계속 융합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자기 고향을 따라 가야계 백제계 신라계 고구려계로 불린 이주민들은 ‘일본’이라는 새 국호가 등장하고는 점차 ‘일본인’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바다를 건넌 가야인은 처음에 두 개의 고향을 지녔을 것이고, 결국 일본인이 됐다는 말이다.

‘바다를 건넌 가야인’에 전시 중인 토기, 토우 등. ‘바다를 건넌 가야인’에 전시 중인 토기, 토우 등.

전시는 프롤로그 ‘가야인, 물의 길을 열다’, 1~3부 ‘동아시아의 열린 공간, 가야!’ ‘바다를 건넌 이주민’ ‘천의 얼굴, 가야인의 정체성’, 에필로그 ‘바다를 건넌 가야인, 두 개의 고향’로 구성돼 있다. 나가노현 보물인 ‘소용돌이 장식이 달린 철검’, 지바현 지정문화재 ‘가야 이주민의 형상을 본뜬 토제품(하니와)’, ‘배가 새겨진 하니와’ ‘이동식 부뚜막’ ‘말 소 모양 하니와’ ‘철제 갑옷’ 등이 전시돼 있다. 이정근 국립김해박물관장은 “오늘날 K컬처 이전에 동아시아에는 가야인에 의한 ‘G(Gaya) 컬처’ 열풍이 불었다”고 했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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