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품은 문화, 평화·협력 이끄는 '진정한 공공재'
부산문화재단-유네스코 포럼
7개 조항 '부산 선언문' 발표
“조선통신사의 평화 정신
지구촌 전체 확산시켜야"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입니다. 함께 힘을 모아 예술과 문화의 변혁적 힘을 활용해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갑시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세계 선언과 조선통신사 정신 수용을 내용으로 하는 ‘문화예술을 통한 평화와 협력 부산 선언’이 발표됐다. 부산문화재단(대표이사 이미연)은 4일 오후 부산 아스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유네스코와 함께하는 부산 문화 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7개 조항으로 된 ‘부산 선언문’을 공동 발표하고 부산의 역할을 다짐했다.
부산 선언문에는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의식인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 △평화를 위한 문화예술 △문화 파트너십 △문화 프로젝트에서의 연대와 협력 등을 담았다. 온오프라인으로 참가한 100여 명의 관계자들은 ‘부산 선언문’ 낭독을 지켜봤다.
에르네스토 오토네 유네스코 사무총장보(Assistant Director General)는 온라인으로 발신한 기조 메시지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문화와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큰 타격을 받으면서 취약성과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다”면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2030 어젠다를 위해서도 다시 한번 문화의 중요성에 주목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의 문화는 지역과 국가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까지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문화야말로 진정한 공공재임을 인식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결속력을 다지게 하는 동시에 평화와 안전을 누리게 해 준다는 점에서 부산문화재단 같은 파트너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부산 국제 문화 포럼에서는 ‘문화예술은 충돌하는 이웃 간 평화를 어떻게 회복시켜 세계를 변화시키는가?’라는 주제로 △포용과 화합, 협력을 위한 UNESCO 문화정책 어젠다(파올라 레온치니 바르톨리 유네스코 문화정책개발국장) △아시아 문화다양성, 지역갈등 극복의 해결책(펭 징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문화 총괄) △평화와 연대를 위한 부산의 문화적 대응과 노력(남송우 고신대 석좌교수)이 각각 발표됐다.
파올라 국장은 “다양한 문화는 우리의 역사, 전통, 현재와 같은 인류애적 요소들을 한데 모아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그리고 엮어볼 수 있도록 하는 형형색색의 실이나 천과 같다”고 언급한 뒤 “그런 점에서 문화야말로 우리에게 진정한 안녕과 소속감을 가져다주며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유대감을 느끼게 해 주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유네스코가 소통을 위해 그동안 어떻게 문화적 다양성을 견인하고 평화적인 문화 정책에 힘을 쓰고 있는지를 ‘평화를 위한 예술’ 이라크 프로젝트 같은 활동 등을 통해 소개했다. 다만, 그는 “디지털 기술 확장으로 인해 가속화된 상호 연결성에도 불구하고 오해, 편견, 분열적인 목적을 가진 문화의 도구화는 건설적인 소통을 방해한다”고 지적하고,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부정적인 편견에 맞서는 노력과 장애물을 제거하는 ‘문화 리터러시(Literacy)’를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 석좌교수는 부산발 세계를 향한 메시지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남 석좌교수는 “지구촌에서 한 가족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계를 인식하는 세계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사유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 뒤 “조선통신사가 바다를 통해 왕래하던 200여 년간 한·일 두 나라 사이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처럼 조선통신사의 평화 정신을 지구촌 전체 국가에 확산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석좌교수는 특히 “단순히 유네스코 등재가 문제가 아니라 등재 이후 ‘신 조선통신사’를 현실 속에서 단계적으로 심화 확대해 나가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주문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산의 정체성으로 귀결되는 해양성이며, 바다가 지닌 열림과 교류, 공존과 생명의 원형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종합토론은 이미연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모더레이터를 맡고, 요시모토 미쓰히로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이사, 이창기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장(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이 참여했다. 요시모토 이사는 현재도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 지금, 예술과 문화를 통한 국제 교류와 상호 이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술과 문화는 정치와 경제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점 △도시 간 교류에 필수적이라는 점 △개인과 개인 간의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예로 들며 문화와 예술이 국제평화에 꼭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는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 윤성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황보승희 국회의원(한일의원연맹), 최영진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장, 한경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사기사카 카즈히사 유네스코 일본위원회 부사무총장 등이 주요 내빈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부산 선언문 낭독 후에 한국어 영어 외에 평화가 절실한 우크라이나, 시리아어까지 총 7개 언어로 번역된 ‘부산·예술·연대·협력·평화’ 손플래카드를 들고 참석자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쳤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