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신해양강국, 결국 교육에 달렸다
논설위원
바다는 우리나라의 미래 블루오션
윤 대통령 공약 사업 해양부국 건설
배 타려는 청년층 없어 구조적 문제
해양수산 인적 토대 구축 병행해야
친해양 의식·문화 전국 확산 요구돼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 조직 절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지난해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달 31일 부산에서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신해양강국 재도약을 선언했다. “신해양강국 건설을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삼자”고 밝힌 것이다. 신해양강국 건설은 해양수산 부문 대선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15일 부산을 찾아 신해양강국 미래 비전을 선포하며 해양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에게는 드넓은 해양이 블루오션이라는 의미에서다.
해양강국은 해양수산 분야 경제력과 기술력이 뛰어나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를 말한다. 신해양강국 건설이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해양수산의 국가 경쟁력과 해양과학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 굴지의 해양부국으로 새롭게 올라서자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정책의 세부 방안이 지난달 27일 부산에서 한국물류교통협회가 신해양강국 미래 비전 공유를 위해 개최한 콘퍼런스를 통해 알려졌다. 기조연설에서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이 각종 계획의 내용을 소개했다. 국제물류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해양 모빌리티 산업 주도권 확보, 수출형 블루푸드 수산업 육성,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등이다.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이 잘 실천돼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해양수산 전문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국민의 해양 의식을 고취하고 확산하는 교육도 절실하다. 풍부한 인적 토대 구축과 해양문화의 저변 확대가 병행되지 않는 신해양강국 추진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이를 간과하면 신해양강국은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해양수산업의 인력 수급 전망이 어두운 데다 해양의 활용 가치에 대한 국민 인식이 부족한 까닭이다.
요즘 상선이든 원양 어선이든 연근해 어선이든 배를 타려는 청년층을 보기 어렵다. 이는 전국의 수많은 대학에서도 몇 안 되는 해운·어업 계열 학과의 학생 수가 급감하고, 폐과가 우려되는 곳이 있는 데서 쉽게 확인된다. 바다 위에서 장기간 외롭고 힘들게 생활하는 선원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추구 성향이 강한 MZ 세대로부터 열악한 직종으로 기피되는 탓이다. 유능하고 경험 많은 해기사 배출이 줄어들 경우 미래 해양수산업을 이끌거나 이 분야를 연구할 인재가 적어지는 만큼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해양수산 업계가 갈수록 심화하는 젊은 인력 부족 현상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어업은 인력난에 급속한 고령화가 겹쳐 생산성 하락과 어가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2000년 25만 명이 넘던 어가 인구가 2022년 9만 명대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2021년 2월 해양교육·문화진흥법이 시행됐지만, 각급 학교와 사회에서 해양교육과 강좌·체험 프로그램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개발조차 원활하지 않다. 이 때문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해양 영토 개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바다와 친숙한 해양문화를 온 나라에 조성하는 건 요원하기만 하다.
해수부는 해양수산 인력 양성과 해양교육을 교육부나 대학의 임무로만 여길 게 아니다. 신해양강국의 토양을 마련하는 사업으로 판단해 교육부,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며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신해양강국 정책에 맞는 인력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관련 학과 유지와 학생 유치 노력을 기울이면서 어린이, 청소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해양교육에 관심과 지원을 쏟아야 마땅하다. 또 해양수산업 종사자와 해양과학기술 연구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근무 환경 개선, 복지 향상 등의 방법으로 직업적 매력도를 높이는 일이 급선무다. 이 같은 조치가 없으면 해양수산은 여전히 국민적 무관심 속에서 홀대를 당하기 십상이다. 귀어·귀촌 장려와 해양 바이오 육성 정책에 거액의 헛돈이 쓰이고, 지금처럼 해양수산 분야 벤처 창업이 저조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 뻔하다.
해양수산에서 국부를 창출하기 위해선 최첨단 기술을 입히고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을 가미해 새 먹거리와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에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나 지원이 중요한데, 미니 중앙부처인 해수부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여타 부처의 대부분 관료가 육상 중심의 사고에 젖어 있어 신해양강국 건설에 필요한 충분한 예산 확보와 업무 협조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 직속의 힘 있는 범정부 협의체인 국가해양위원회(가칭)를 신설해 대통령 공약 사항 진행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 요구된다. 오는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릴 28회 바다의 날 행사 때 어떤 추가 대책이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