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럽게 친절한 직장 상사, 당신도 혹시 ‘스위트 꼰대’? [MZ 편집국]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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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편집국] 직장 내 진화하는 ‘빌런’들

사무실 간식 독식하는 무개념부터
상사에겐 깍듯, 부하에겐 가혹한
두 얼굴의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특정 나이·성별·국적 불문하고
어느 회사나 존재하는 다양한 꼰대
자상한 척 사생활까지 훅 들어온
스위트 꼰대는 새로운 경계 대상

대다수 직장에 동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빌런이 있다. 부산 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대다수 직장에 동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빌런이 있다. 부산 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우리 회사는 절대 아니지만, 어디에나 ‘빌런(악당)’은 있다. 아메리카노를 들고 ‘라떼(는 말야)’에 빠진 동료는 귀여운 편이다. 빌런은 진화를 거듭하고, 새로운 유형이 등장한다.

회사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오피스 빌런’은 치명적이다. 다양한 행동과 갑질로 동료 가슴을 후벼 판다. 잘못된 습관, 실수와 무지를 넘어 명백한 악의가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

20~30대에게 직장에서 만난 빌런에 대해 물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실명 제보 가능하다”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ID를 알려 줄 테니 우리 회사 빌런을 취재해 달라”는 대답도 돌아왔다.

영화처럼 빌런은 천차만별이었다.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도 않았다. 웃고 넘길 빌런도 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대가 변해도 빌런은 여전히 활개 치고 있었다.

■상상 초월 빌런 열전

빌런은 사소해 보이는 지점에서도 탄생한다. 회사 간식에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동료가 여러 차례 언급된 게 대표적이다. IT 회사에 다니는 A 씨는 “야근을 자주 하는데 밤에는 이미 간식이 없다”고 짜증을 냈다. 부산의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B 씨는 “직원 몇 명이 준비실 간식을 거의 다 쟁여 놓거나 집에도 챙겨 간다”고 토로했다.

회사보다 안방이 어울리는 빌런도 있었다. 중소기업 직원 C 씨는 “우리 사무실엔 방귀도 뀌고, 고함처럼 트림을 하고, 손톱도 깎고, 노래도 크게 부르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며 “‘좋좋소’처럼 웹 드라마로 다뤄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과장이 심하다고 욕먹을 듯하다”며 웃었다.

기본적인 예의를 상실한 빌런도 존재한다. 재즈바를 운영하는 D 씨는 “새로 고용한 직원에게 지시하면 위아래로 훑어볼 뿐 제대로 일하질 않는다”며 “최근엔 손님 카드를 검지와 중지에 끼워 전달하던데 주위에서 해고를 권하고 있다”고 했다.

■건재한 상식 밖 빌런

조금 더 심각한 빌런들도 있다. 갑질과 막말 등을 일삼는 유형이다. 부산의 한 연구기관에 다니는 E 씨는 “계약직 직원에게 거래명세서를 조작해 전자기기를 사 달라고 한 사람이 있었다”며 “거절한 그 직원을 이상한 사람처럼 몰고 갔고, 결국 해당 직원은 회사를 떠난 상태”라고 귀띔했다.

프로그래밍 회사에 근무하는 F 씨는 “독감으로 병가를 냈는데 부장에게 자기 관리를 못 한다고 구박받았다”며 “실수하면 다른 직원 앞에서 막말을 반복한다”고 했다. 그는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입사 후 몸무게가 7kg 늘었다고 했다.

임신부도 예외는 없었다. 해외 무역 회사에 다닌 G 씨는 “평소 친절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인 상사가 부르더니 임신 몇 주냐고 물었다”며 “그러더니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회식 때는 옆에서 연초까지 태워서 당황했다”고 밝혔다.

■명불허전 ‘지킬 앤 하이드’

가장 많은 분노를 자아낸 건 전통적 빌런이다. 양면적 모습을 가진 ‘지킬 앤 하이드’ 유형. 상사에겐 깍듯한데 부하에겐 막 하고, 앞에선 웃고 뒤에선 욕하기 바쁜 이들이다. 한 물류 대기업에 근무하는 H 씨는 “술을 마시고 팀원을 폭행하고 욕설을 일삼는 상사가 있는데 형, 동생 하며 지내는 윗사람들이 보호해 준다”며 “여러 번 소문이 나도 그대로”라고 밝혔다.

IT 회사에 다니는 I 씨는 “술 상무 역할을 하면서 상사들에게 알랑방귀 뀌던 사람이 최근 해고됐다”며 “폭언과 욕설을 당한 피해자 동료가 신고하지 않았으면 묻혔을 것”이라고 했다.

앞뒤가 다른 유형은 나이와 국적을 불문한다. 한 외국계 회사 직원 J 씨는 “앞에서는 위하는 척하다가 자기 이미지와 성과를 챙기려고 날 걸고넘어지는 외국인 직원이 있었다”며 “성과가 중요한 계약직인 경우 외국인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고 했다. 공기업 직원 K 씨는 “입사 동기가 매번 자리에 없는 직원들 흉을 보며 꼭 동의를 구한다”며 “매번 얼버무리지만 내가 없을 때 이상한 이야기를 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스위트 꼰대’까지… 진화한 빌런들

최근 빌런들은 새로운 유형으로도 진화했다. 친절하고 자상한 ‘스위트 꼰대’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기존 빌런들과 거리를 두는 전략을 쓴다. 기성세대든 젊은 직원이든 ‘나는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대기업 기획 부서 직원인 L 씨는 “전통적 빌런들은 다른 직원들에게 딱히 관심이 없다”면서 “‘스위트 꼰대’는 자신이 진보적 성향임을 어필하고 젊은 문화를 이해하는 척 다가간다”고 밝혔다. 이어 “사생활에 깊게 관여하기 시작하고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며 “최근 많아진 빌런 유형인데 많은 직원이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은 변화하고 진화하는 빌런들이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큰 기대 없이 “그냥 한마디라도 말을 덜 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지면이 모자라 다루지 못한 빌런들이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빌런들을 견디는 수많은 회사원이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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