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이젠 기시다 입에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마주 앉는 오는 7일 정상회담은 두 나라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되는 것으로 양국 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진전된 한·일관계의 정상화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관건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언급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4일 언론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회담에서 안보와 첨단산업, 과학기술, 청년·문화 협력 등 양국 간 주요 관심사에 대해 협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잇달아 연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 방한은 셔틀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면서 “기시다 총리는 앞서 한·일 관계 개선을 주도한 윤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됐다고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전보장국장을 통해 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이 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한 기시다 총리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에서 보여 준 “역내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는 수준의 언급만으로 한·일관계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불충분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한국 측도 그동안 외교채널을 통해 물밑에서 일본 측에 이러한 국내 여론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도쿄 한·일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이상의 입장을 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인다.
대통령실도 기시다 총리의 답방을 두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뚜렷한 입장 표명보다는 ‘정상 셔틀외교의 완전 복원’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새로운 핵심 성과물을 기대하기보다는 양국 정상 간 긴밀한 소통 의지를 재확인하고 도쿄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이행에 힘을 싣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먼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으면서 전임 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시다 총리가 화답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대외적 위상이 높아진 윤 대통령이 직접 기시다 총리와 마주하는 만큼 국민들의 여론과 정서를 전달하고 거기에 걸맞은 입장 표명을 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두 나라는 과학·문화 분야에서의 청년 교류를 위해 공동 기금 설립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미래 세대를 위한 비자나 취업 등 여러 노력이 반영됐다”며 “한·일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정상 간 협의가 있을 때 청년을 포함한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