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와 별개로 국내 전문가 참여하는 원전 오염수 ‘이중 검증’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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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한국시찰단 후쿠시마 현장 파견

일본 7월께 오염수 방류 앞두고
한국 요구로 안전성 공동 검증
시찰단 이달 중 원전 현장 파견
기시다 “한국 국내 우려 고려”
암 유발 삼중수소 문제가 관건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국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국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 별도의 국내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 검증단(시찰단)을 후쿠시마 현장에 파견하는 안에 합의했다. 우리 정부가 요구해 온 안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와 별도로 한일 양국의 공동검증을 거칠 수 있게 됐다. 사찰단은 이르면 이달 내 후쿠시마 현장에 파견될 전망이다.

올해 7월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계획돼 있고, 한국의 직접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후쿠시마 원전 현장 파견 합의는 진일보한 성과라는 평가다. 시찰단 현장 파견은 IAEA 조사와 별개로 국내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치는 ‘이중 검증’ 장치가 마련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7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날 한·일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한국의 전문가 시찰단을 후쿠시마 현장에 파견하는 방안에 양국이 합의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별도로 한·일 양국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계획 안전성 공동검증’을 하는 방안에 손을 맞잡은 것이다. 시찰단은 이달 내로 후쿠시마 현장에 파견될 예정이다. 방문 시기는 이달 마지막 전 주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다음 주부터는 IAEA 전문가 그룹이 오염수의 해양 방류와 관련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일본을 찾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7월쯤을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탱크 용량 초과로 더 이상 보관할 수 없고 과학적 검증을 거쳐 문제없을 것이라는 게 일본 측 기존 입장이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의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사고 현장에 지하수와 빗물이 섞여 발생하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약 1000기(137만t 분량)의 물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물탱크 용량 초과 우려로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한 뒤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정화 처리로도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진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내지 못한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해 방류한다는 계획이지만,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IAEA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면 오는 7월께 오염수는 실제 방류가 가능하다.

국내 전문가 후쿠시마 현장 파견 조사는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를 막고 자체 검증으로 조사의 객관성을 더하기 위한 대책으로 꼽힌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IAEA의 보고서를 받으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결과를 발표해 나갈 생각이지만, 여전히 한국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 국민이 널리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 달에 후쿠시마 제1원전소에 대한 한국 전문가의 현지 시찰단 파견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과 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여러가지 대외 여건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며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안전성 담보 방안 등은 이날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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