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헌혈증서 활용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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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대/(사)한국혈액암백혈병협회 사무총장

정회대 한국혈액암백혈병협회 사무총장 정회대 한국혈액암백혈병협회 사무총장

누구나 한 번쯤 헌혈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혈액은 큰 수술을 앞둔 암 환자, 교통사고 환자, 혈액암 및 백혈병 환자 등에게 소중하게 사용된다. 다수의 인원이 헌혈하는 경우 헌혈 차량을 이용하지만, 도심에 많은 헌혈의 집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부산에는 헌혈의 집이 14곳이나 있어서 시민 누구나 쉽게 헌혈할 수 있다. 헌혈이 가능한 인구는 만 16~69세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혈색소 검사 단계에서 헌혈 부적격자로 판정돼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헌혈증서를 받기 위해 헌혈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혈액은 장기이므로 돈을 주고 거래할 수 없다. 나눔과 봉사의 깊은 뜻이 없다면 선뜻하기가 쉽지 않다. 헌혈을 통해 헌혈증서를 받아서 본인이 사용할 수도 있지만, 갑자기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전달하고 의료비 절감에 쓰인다면 그보다 더 값진 선물은 없다고 본다. 우리 단체에 전화 상담, 방문, 우편을 통해 헌혈증서가 적게는 10매에서 많게는 50매 정도 전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헌혈증서는 중증질환자, 차상위계층, 일반건강보험 대상자 등을 구분하며 수혈로 공급한 혈액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돼 경비 절감에 많은 도움이 된다. 백혈병, 이식 수술 등 지속적인 수혈이 필요한 경우 헌혈증서 활용도가 높다. 또 수혈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중증 장기환자에게는 더더욱 필요하다.

필자는 병원과 협약을 통해 헌혈증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헌혈증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발급되며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많은 이들이 방치·분실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헌혈증서도 유효기간을 정해 기간 내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절차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혈액은 매일 매일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혈액 기관은 시민들과 신뢰와 협력를 구축해 자발적인 헌혈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헌혈의 집 등 입구에 지역별 헌혈자와 헌혈 공급 등 상황을 알게 해야 한다. 일일 또는 주 단위로 헌혈 인원과 실제 수혈자 혈소판 공급자 등을 파악해 자발적인 헌혈에 동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헌혈증서 발행 기관은 병원과 연계해 연간 헌혈 인원 수 대비 헌혈증서 사용량 등을 공지할 필요도 있다.

‘혈액관리법 시행규칙’ 제17조 제3항에 의하면 수혈을 받은 환자가 진료비 계산 시 헌혈증을 의료기관에 제출하는 경우, 진료비 중 수혈 비용에 대해 대한적십자사 회장에게 청구하면 본인부담금을 공제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헌혈증이 정말 잘 사용되고 있는가. 수혈받은 환자가 건강보험 적용과 비용계산 시 홍보나 안내가 부족하거나 소액인 경우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해당 병원에서는 수혈받은 것에 대해 헌혈증 사용 여부를 명확히 공지해 병원비 경비 절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지원 내용과 절차를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헌혈증서를 통해 수혈환자들이 의료비 혜택 등을 볼 수 있도록 전문 실무자와 이해 관계자들이 의견 수렴을 통해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환경을 갖춘 병원이라도 혈액 부족으로 응급환자 등이 수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치료가 늦어지지 않도록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헌혈하는 사람과 수혈을 받는 사람은 서로 누구인지 모르지만, 400cc의 따뜻함으로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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