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자포리자 원전 주변 주민 대피령
러 “적 포격으로 어린이·노인 등 탈출”
IAEA “핵물질 차단 조치 취해야” 촉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반격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 인근 도시에 대피령을 내려 이 일대가 혼란에 빠졌다.
영국 일간 가디안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이 예상됨에 따라 원전 인근 에네르호다르 등 자포리자주 18개 도시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사재기로 식료품과 의약품이 다 떨어졌고,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차량 수천 대가 도로에 쏟아져 나와 긴 정체가 이어졌다. 러시아가 임명한 예브게니 발리츠키 자포리자 주지사는 “지난 며칠간 적군은 최전선에 가까운 도시에 대한 포격을 강화했다”면서 “따라서 모든 어린이와 부모, 노인, 장애인, 병원 환자를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유럽 최대 원전의 안전한 가동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자포리자 원전 근처 지역의 상황이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심각한 원전 사고의 위협과 그로 인한 치명적 결과를 막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해 3월 러시아가 점령한 곳이다. 원전 주변에서는 포격 등 군사 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양측의 교전이 발생하면 자포리자 원전 내에 쌓인 핵물질의 유출 위험성이 높아진다. 폭격으로 원전냉각시스템이 피해를 입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