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줄게 속도 다오” 사업시행자 신탁 부산 첫선
사직 1-5구역 시행자 신탁 첫 시도
건축심의까지 2년 9개월 3년 단축
전문성 바탕 속도 ·자금 조달 강점
3% 안팎의 별도 수수료가 단점
부산에서 처음으로 사업시행자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 정비사업이 추진돼 업계의 관심을 끈다.
사업시행자 신탁 방식은 조합 설립을 생략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신탁사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부산 동래구 사직 1-5 재건축정비사업위원회는 “한국자산신탁(주)을 사업시행자로 하는 신탁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조합 없이 신탁사를 시행사로 선정해 시공사 선정 등을 맡기는 ‘사업시행자 신탁 방식’과 조합을 설립해 놓고 신탁사에 자금 관리 업무 등만 맡기는 ‘사업대행자 신탁 방식’으로 나뉜다. 부산에는 사업대행자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사례는 있지만 사업시행자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직 1-5구역이 처음이다.
신탁사가 조합을 대신하는 사업시행자 신탁 방식은 정비 사업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조합 내부 마찰 없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적인 정비 사업장에는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설립인가 절차에 2년 가량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이 생략된다. 사직 1-5구역은 2020년 1월 사업시행자로 한국자사신탁(주)을 지정고시한 뒤 2년 9개월 만인 2022년 10월에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일반 조합 방식에 비해 건축심의를 받기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을 단축했다.
정비 사업에선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거나,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로 사업이 길어지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 둔촌주공 사업장은 공사비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일으켜 공사가 중지되면서 전국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신탁사가 자금 조달을 책임진다. 자체 자금이나 신용 등으로 정비사업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라 부담이 적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전문성이 있는 만큼 시공사와의 갈등 국면에서도 일반 조합보다 협상력을 더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장점만큽이나 단점도 명확하다. 가장 큰 단점은 수수료다. 신탁사에 분양수익 2.5~3.5%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부동산시장 상황, 정비사업장의 규모나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조합 방식으로 추진했다면 발생하지 않아도 될 비용이다. 신탁 해지를 둘러싼 갈등의 소지도 존재한다.
성공 사례가 극히 적다는 점도 선뜻 신탁방식을 택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다 공사비 증액여부나 단지 내 평형 배치 등 세세한 부분에서 의견이 많이 갈리는데 신탁방식은 조합에 비해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라 이 부분을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하다 보니 사직 1-5구역이 어떠한 사업 결과를 내 놓을지 정비업계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