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잠잠해지니 또 불거진 구의회 외유 논란
서·해운대 등 출장 잇따라
‘복붙’ 일정·과다 경비 논란
유명 관광지 대거 포함 눈살
북구는 출장계획 반납돼
코로나19 완화로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면서 부산 기초의회의 공무 국외 출장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관광지 중심의 ‘복붙’ 일정이 대부분인데다 필요 이상의 경비가 책정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외유성’ 출장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산 서구의회는 오는 11일 7박 9일 일정으로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로 공무 국외 출장을 떠난다고 8일 밝혔다. 독일 보봉지구, 오스트리아 가소메터 시티 등을 방문해 도시재생, 친환경 지역 재개발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공무 국외 출장 일정에 관광지 탐방 일정이 상당수 잡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서구의회가 서구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에 제출한 계획서를 보면, 일정에 ‘문화탐방’ 8곳이 편성돼 있었다. 문화탐방 장소는 슈테판 대성당, 호엔 잘츠부르크 성 등 유명 관광지다. 서구의 관광산업 육성 방향을 연구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출장이지만, 유명 관광지가 다수 포함되면서 사실상 관광 목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게다가 관광 산업 담당 부서와 출장 성과를 공유하는 별도의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구 관광산업 육성방향을 연구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다른 기초의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앞서 해운대구의회는 지난달 25일 6박 8일 일정으로 스페인을 방문했는데, 세비야 대성당·알함브라 궁전 등 기간 내 찾은 곳 대부분이 스페인 대표 관광지로 나타났다.
기초의회의 공무 국외 출장 일정이 유사한 사례도 확인됐다. 북구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북구 공무 국외 출장 심사위원회는 북구의회 공무 국외 출장 계획을 반려했다. 북구의회의 호주·뉴질랜드 일정이 연제구의회의 호주·뉴질랜드 일정과 대부분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심사위원회에 참가한 한 민간 위원은 기초지자체마다 중요 현안과 예산 여건 등이 모두 다른데 일정이 비슷한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쉽사리 납득하기 힘든 공무 국외 출장이 잇따르자, 시민 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참여연대, 정의당 부산시당 등 4개 단체는 8일 오전 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서구의회는 외유성 공무 국외 출장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서구의회의 지난해 출장과 이번 출장 목적이 모두 ‘도시재생’으로 유사하며, 그 계획마저도 대부분 문화탐방·관광산업 육성 연구로 채워졌다고 비판했다. 올 3월 수영구의회가 8일간 다녀온 독일, 오스트리아 출장과 서구의회 일정이 유사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구의회가 공무 국외 출장 경비 규정도 무시해 이번 출장 총경비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구의회는 모든 규정을 준수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무 국외 출장에 참가하는 한 관계자는 “출장 경비는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 지침에 따라 책정돼 문제가 없다”며 “여행사가 아닌 의정연수 전문기관에 이번 일정을 맡겨 기관 방문을 대폭 늘린 만큼 외유성 비판도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