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성 감독, 최병윤·곽재민 작가 “시상식서 K콘텐츠·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 체감”
OTT ‘몸값’ 한국 드라마 최초
칸 시리즈 페스티벌서 장편 각본상
몸값 흥정 세 사람 사투 벌여
올여름 전 세계 시청자 만나
“아직도 얼떨떨해요. 부족한 점이 많은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올해 칸 시리즈 페스티벌서 ‘몸값’으로 장편 각본상을 거머쥔 전우성 감독의 말이다. 전 감독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인 이 작품으로 칸 시리즈 페스티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 드라마 최초다. 전 감독과 각본을 쓴 최병윤·곽재민 작가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작품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다. 이충현 감독의 동명 단편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전 감독은 “함께 한 배우, 스태프, 작가들이 모두 잘해줘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보기 힘든 소재와 독특한 콘셉트를 풀어낸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감독은 “이충현 감독이 너무 좋아하면서 축하해줬다”며 “수상한 뒤에 단체 대화방이 난리가 났다”고 웃었다. 당시 시상식에 함께하지 못했던 곽 작가는 “그때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중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웃었고, 최 작가도 “저는 라면 먹다가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칸 시리즈에 초청된 이 작품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돼 세계 영화인을 만났다. 뤼미에르 대극장은 칸영화제의 경쟁 부문 및 주요 부문 초청작을 상영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칸 시리즈 수상 직후 여러 외신과 인터뷰를 했던 전 감독은 기억에 남는 질문을 몇 개 언급했다. 그는 “작품에 한국 사회의 모습을 많이 담았는지 궁금해 하더라”며 “구체적으로는 한국인들이 돈에 얼마나 집착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고 했다. 감독은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 사회이고, 어떤 국가든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 자본주의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담겼는지 묻더라고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했던 건 20년 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양상이 조금 다르죠. 어느 정도 과장한 면이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시상식에선 K콘텐츠와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을 체감했단다. 전 감독은 “영어가 짧아서 깊은 이야기는 못 나눴지만, K콘텐츠를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감독은 "기본적으로 동양의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슷했다”면서도 “이와 별개로 한국 사회와 한국의 미디어 시장,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진 걸 느꼈다”고 했다. “예전에는 콘텐츠의 1차원적인 부분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한국에서 어떤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한국이 어떤 사회인지 많이 궁금해하는 것 같았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밝혔다. 전 감독은 “오락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이 1순위지만, 약간의 은유를 넣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지진이 난 건물 자체가 ‘악한 자본주의’로 은유됐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었다”며 “‘몸값’이 거짓말과 돈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봤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몸값’은 올여름 OTT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와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곽 작가는 “처음엔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조금의 불편함을 넘어서면 굉장히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고 했다. 최 작가도 “약간의 취향을 타는 작품”이라며 “자신의 콘텐츠 취향을 시험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