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장벽 없는 예술, 두 공연이 보낸 초대장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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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산국악원 창작 음악극
시각장애인 배우가 주연 맡아

‘나다 뮤직페스티벌 2023’
수어 통역·실시간 자막 제공

미디어아트 전시 속 라이브 공연 '페스티벌 나다 2022' 자료 사진. 페스티벌 나다 제공 미디어아트 전시 속 라이브 공연 '페스티벌 나다 2022' 자료 사진. 페스티벌 나다 제공

서로의 다름 또는 차이가 ‘차별’이 되어선 안 된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문화예술을 즐기는 데도 장벽이 많은 건 사실이다. 이런 연고로 아주 가끔이지만, 비장애인은 물론이고 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장애(배리어프리, Barrier-free) 공연이 더없이 반갑고 소중하다. 이번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두 편의 공연은 장애인을 위한 공연이 아닌, 모든 관객을 위한 공연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모두를 위한 장벽 없는 예술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무장애 공연 ‘소리극 옥이’

음성 해설사·수어 통역사가 함께하는 ‘소리극 옥이’.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음성 해설사·수어 통역사가 함께하는 ‘소리극 옥이’.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부산국악원(원장 이정엽)이 기획 공연으로 17~18일 이틀간 예지당에서 선보이는 ‘소리극 옥이’는 바리데기 설화로 풀어내는 창작 음악극이다. 2017년 초연 이후 6년 연속 재공연할 만큼 우수하다. 시각장애인 옥이는 평생을 자신의 눈과 세상이 되어 준 엄마가 병을 앓고 입원하자 곧 다가올 엄마의 부재에 두려움을 느낀다. 옥이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녹음해 준 ‘바리데기 이야기’를 점자책으로 만들며 바리데기가 되어 엄마를 살려 내는 꿈속 여정을 떠난다.

작품을 제작한 극단 ‘다빈나오’는 장애인이 문화 수혜자를 넘어 적극적인 문화 주체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창단된 단체이다. 주인공 옥이 역은 시각 장애인 배우 전인옥이 맡았으며, 범 역은 뇌병변 장애인 배우 황철호, 저승 역은 저신장 배우 김범진이 연기하는 등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출연진은 총 14명으로, 배우 6명과 수어 통역사 2명, 음성 해설사 1명, 연주자 5명이 참여한다.

음악감독 겸 대금 연주자로 참여하는 민소윤은 4명의 연주자와 함께 다채로운 음악으로 극의 밀도를 높인다. 대금‧해금‧타악기 등 국악기와 피아노‧베이스 기타 등의 서양악기로 구성된 선율과 우리 소리가 어우러지며 극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소리극 옥이’는 무대 장벽을 허물기 위해 무대 위 음성 해설과 수어 통역, 한글 자막을 통해 시청각의 장애를 넘고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함께 나아가는 공연의 다양성을 선사한다. 또한 공연 홍보물에는 점자와 보이스 아이 서비스도 추가된다. 17일 오후 7시 30분, 18일 오후 3시 공연. 전석 1만 원. 문의 051-811-0114.


청각장애인도 즐기는 라이브 공연

뮤지션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 수어 '페스티벌 나다 2022' 자료 사진. 페스티벌 나다 제공 뮤지션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 수어 '페스티벌 나다 2022' 자료 사진. 페스티벌 나다 제공

26일 오후 5시부터 150분간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릴 ‘나다 뮤직페스티벌 2023’은 극동아시아타이거즈, 배희관 밴드, 크라잉넛이 출연한다. 청각장애인과 농인이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배리어프리 장치를 마련해 모든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올해는 부산에서만 열린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최황순 송현호)은 기본이다. 다만 수어 통역사가 서는 위치가 달라진다. 무대 사이드가 아닌 보컬 바로 옆자리다. 공연 도중 멘트는 물론이고 숨소리까지 다 통역할 예정이란다.

실시간 자막도 제공된다. 무대 앞 스크린 위에 문자 통역이 뿌려진다. 스크린 속 미디어아트는 김경민, 박성호, 박찬흠, 송주형, 신현채, 양희성, 윤진석, 조태성, z1 등의 장애·비장애 아티스트가 협업으로 제작했다. 특히 AI 기술 연구팀 ‘팀 지스트(team GIST·광주과학기술원)’는 수어 아바타를 선보인다.

우퍼조끼도 준비된다. 움직임과 소리를 진동으로 느끼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장치 중 하나다.

페스티벌 나다 독고정은 총감독은 “나보다 조금 느리게 살아가는 내 이웃,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불편함을 겪는 내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페스티벌 나다’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나다 뮤직페스티벌 2023 티켓 예매는 YES24(비장애인·3만 원)와 네스트나다(장애인과 동행인·각 1만 5000원)를 통해 할 수 있다. 우퍼조끼도 사전 예약을 통해 제공된다. 기존 공연장과 달리 휠체어석은 맨 앞쪽에 설치된다. 공연 외에도 25~26일 오전 10시~오후 5시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로비와 미디어체험관에서는 페스티벌 나다의 ‘숨겨진 감각 놀이’ 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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