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열악 부산 구평가구단지, 개발 새판 짠다
기반시설 부족·손님 발길 '뚝'
사하구청, 이용방안 용역실시
지구단위계획 새 밑그림 그려
특화거리 조성 활성화도 고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부산 사하구 구평가구단지에 지구단위계획이 새로 수립된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 특화거리 조성 방안도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져, 노후 가구단지 재탄생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부산 사하구청은 지난 1일 구평가구단지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 입찰공고를 게시했다고 9일 밝혔다. 구청은 용역 사업자를 선정하고, 1년 3개월간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전체 면적이 30여 만㎡ 규모로 추산되는 구평가구단지는 사하구 봉화산 일대에 형성된 가구판매점과 가구공장 밀집 지역이다.
구청에 따르면 구평가구단지에는 2015년 기준 건축물이 총 742동 세워져있고, 이 중 543동이 공장용도로 지어졌다. 가구단지 면적의 대부분인 37만㎡는 자연녹지로 이루어져있고, 2만 1000㎡는 공업지역이다. 단지 내 가구판매 업체는 20여 개로 알려진다.
40~5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 가구단지는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도심과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기반 시설이 부족한데다, 최근 가구 소비자들의 주 쇼핑 경로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낙후돼왔다. 특히 영세한 가구 공장들이 난립해있고, 오랜 기간에 걸쳐 단지가 형성되면서 무허가 건축물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8일 오후 취재진이 직접 찾은 구평가구거리는 제대로 된 인도가 없는 이면도로로 이루어진 거리였다. 도시철도 1호선 장림역 인근에 칠이 벗겨진 채 우뚝 세워진 ‘구평농장가구단지’ 간판을 지나 1km 가량 비탈길을 올라가니, 가구 업체들이 모인 동네가 나타났다.
곳곳에는 건물을 임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도로에는 공장으로 향하는 듯한 트럭만 오갈 뿐이었다. 가구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구경하는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 상인들은 과거 소비자들이 직접 가구단지를 찾아 가구를 구매하던 것과 달리,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풀옵션’이 된 집으로 이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고 전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주택에서 주택으로 이사 다닐 때나 발품 팔아 가구를 샀지, 요샌 다 아파트로 이사해서 붙박이장같은 가구가 이미 마련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단지에 와서 가구를 사는 사람은 없다”며 “특화사업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이곳으로 들어오는 도로도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는데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청은 지구단위계획을 다시 수립하면서 가구단지 일대의 효율적인 토지 이용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구평가구단지 일대의 특화 기능을 육성할 방안도 계획 수립 과정에서 고려될 전망이다. 구청 관계자는 “노후하고 열악한 구평가구단지 일대의 개발 방향을 잡는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돌입하는 것”이라며 “필지를 너무 잘게 자르면 난개발이 우려되기도 하고, 단지의 용도지역뿐 아니라 기반시설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