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 협력 안착… 특별법은 국회 문턱서 미적
[한신협 공동기획 대통령과 지방시대] (중) 자치분권 제도적 성취는?
'분권·균형특별법' 처리 늦춰져
"여야 적극 의지 안 보여" 비판
‘중앙·지방협력회의’ 긍정 평가
6개 분야 57개 권한 지방 이양
균형발전·인구감소지역 지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후 중앙과 지방 협력을 강화하고,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일에도 속도를 냈다. 그러나 동남권의 국가 중심축 도약 등 진정한 균형발전 완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국회 제동으로 지지부진하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지방정책 청사진이 담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세부과제 이행이 미뤄지고 있는 일이 대표적이다. 국무회의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특별법은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채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교육자유특구 조항을 둘러싼 쟁점이 걸림돌로 알려졌다.
특별법은 기존 균형발전특별법과 지방분권법에 담겨 있던 균형발전·지방분권 시책은 물론 통합 추진기구로서 지방시대위원회 설치,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의 지정·운영 근거 등이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국가균형발전의 계획과 과제를 연계·통합한 법안이다.
국회에 막힌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부산일보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지방분권균형발전과 부산의 과제 토론회’에서는 “국정 과제로 지방시대를 천명한 것은 높이 평가하나, 제도적 뒷받침은 제자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별법 제정에 야당은 물론 여당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별법 내용은 국가 전체를 아우르지만, 부산만 떼어 놓고 보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윤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은 기존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그나마 균형추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지역이다. 특별법 통과는 동남권의 국가 중심축 도약에도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시행한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지난 1년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전국 시장·도지사들의 국정 참여를 보장한 협력회의는 전국을 순회하며 지금까지 4차례 회의를 가졌는데 지방소멸대응기금 개선, 중앙부처 권한의 지방이양 추진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4월에는 의장인 윤 대통령 주재로 17개 광역단체장과 지방 4대 협의체(시도지사 협의회,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13개 부처 장·차관 등이 참석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중앙 부처 권한의 지방 이양으론 국토(12개), 산업(22개), 고용(8개), 교육(4개), 복지(7개), 제도(4개) 등 6개 분야 57개 권한을 이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개발제한 구역의 해제 권한, 농지전용 권한 위임 확대, 대중골프장 지정권, 균형발전특별회계 개선 등 지방 이양 성과 평가 체계를 구축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법적·제도적 토대도 마련했다. 1월 전국 89곳의 인구 감소지역에 주거, 복지, 문화 관련 각종 특례를 부여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 연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10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균형발전을 뒷받침하는 재정 분야의 여건도 진일보했다. 지난해 10월 보통교부세 혁신 방안을 마련, 인구 감소나 경제적 낙후 지역의 재정 여력을 확대하고 기업의 지방이전과 인프라 개선,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보통교부세 산정방식을 개선했다. 지자체 간 이슈를 조정하거나 협력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조합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됐다. 정부는 지자체조합에 대한 행정재산 사용료·대부료 면제, 지방재정관리시스템 사용 권한 부여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