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원하는 만큼 가해자 정보 제공하는 미국
[제3자가 된 피해자] 피해자 권리 보호 해외 사례
범죄자 상태 변화 때 자동 통지
일본·독일,피해자가 피고인 신문
미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소추주의(검사의 공소에 의해 형사소송이 이뤄지는 사법 체계)를 택한 대표적인 국가다. 미국은 범죄 피해자가 ‘실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떠는 제3자’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피해자통지시스템을 통해 피해자가 원할 때 가해자 정보를 필요한 만큼 제공한다. 연방수사국과 검찰, 연방교도소, 각종 범죄 담당 부서 등이 협업해 가해자 구금 상태, 사건 진행 정도, 판결 관련 정보, 다음 심리 일자와 종류, 수형자 소재 정보, 석방 예정 날짜 등을 피해자에게 알려 준다. 온라인과 무료 콜센터, 우편 등 정보를 통지받을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피해자가 의사만 밝히면 범죄피해자통지네트워크를 통해 구금 상태에 변화 등이 있을 때 자동으로 해당 피해자에게 전화 통지 등을 해 준다. 검찰과 주 교정국이 이 등록 시스템을 엄격히 관리하며, 비밀이 보장된다.
한국과 유사한 사법제도를 갖춘 일본은 살인, 성폭력 등 흉악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나 유족이 재판에 참여해 피고인을 신문하고 양형 의견을 직접 제시하는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독일 역시 사법부가 정한 주요 강력범죄에 한해 피해자나 유족이 재판 과정에 참여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한다. 피해자 측이 피고인에게 직접 질문할 수도 있고, 증거 신청을 요청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피해자의 알 권리와 관련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2021년 4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검사가 형사사건 피해자 측에 수사 개시나 공소 제기 여부, 재판 일자, 피의자 구금·석방 사실 등을 통지하도록 하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만 의무를 면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피해자 측이 직접 고소·고발을 하지 않을 경우 검사에게 신청해야만 사건 진행 상황을 통지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이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특별팀(TF)도 지난해 4월 디지털 성범죄 등 범죄 피해자가 수사 진행 상황, 사건 처분 결과, 형 집행이나 보호관찰 집행 상황 등을 피해자 신청과 무관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 역시 디지털 성범죄 등 일부에 국한되는데다 권고에 지나지 않기에 실질적인 변화와는 거리가 있다.
부산의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그간 쌓아 올린 형사소송의 대원칙이 무너질까 두려워 피해자의 알 권리와 권리 보호를 도외시해선 안 된다”며 “반드시 입법이 아니더라도 제도적 보완책으로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