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무단 점유해 길 닦은 구청
“금정구 두구동 도로 알고 보니 내 땅”
뒤늦게 알게 된 땅주인 구청 상대 소송
법원서 지주 손 들어 줘 부실행정 논란
부산의 한 구청이 사유지를 무단 점유해 도로로 만들어 사용한 황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이 땅 주인에게 부지 사용료를 일부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 구청의 ‘부실 행정’ 논란이 인다.
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금정구 두구동 1421-10, 11 일원 약 7800㎡ 부지의 소유주인 A 씨 일가는 지난 2월 그들 소유의 땅에 도로를 만들어 무단 점유한 금정구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금정구청은 A 씨 등 5명에게 5년간 토지 사용 부당이득금 총 337만 1125원과 그 이자는 물론 점유 종료일까지 소정의 월 임대료를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부당이득금반환채권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므로 소를 제기한 2022년 1월 10일로부터 거꾸로 계산해 5년을 초과한 기간에 해당하는 부당이득금의 시효는 소멸한 것으로 봤다.
A 씨는 구청이 동의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토지를 무단 점유해 놓고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40년 가까이 해당 부지를 소유해 온 A 씨 일가는 땅 일부가 도로로 사용된다는 황당한 사실을 2018년 처음 알게 됐다. 당시 A 씨의 처가 형제 중 한 명이 개인적인 이유로 소유 지분 일부를 경매로 매각한 게 계기였다. 경매에서 낙찰을 받은 사람에게서 연락을 받은 A 씨 일가는 땅에 도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도로 정비는 2009년 완료됐고, 현재 양방향 이면 도로로서 버젓이 도로명까지 붙어 있다. 스포원파크와 야외 테니스장, 부산환경공단 두구중계펌프장으로 가는 길로 사용되고 있다.
A 씨는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판결의 부당이득금 산정 액수가 너무 적다며 항소를 진행 중이다. A 씨는 “구청은 사유지에 도로를 포장하고 가로수를 심어 놓는 등 지자체 소유 부지인 것처럼 사용했다”며 “소송 비용으로만 1400만 원이 들었는데 부당이득환수금은 여기에도 못 미친다. 주인도 모르게 오랜 기간 행정당국이 무단 점유했으니 지금이라도 구청이 땅을 매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정구청이 사유지를 무단 점유해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자 ‘부실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구청은 두구동 일대에는 수십 년 전부터 농기계가 지나다닐 수 있게끔 자연적으로 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 구청 주관이 아닌 수탁 사업으로 자전거가 지나다닐 수 있게 도로 포장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수탁사업이 아니라 구청 주관 사업이었다면 도로 포장 전에 해당 부지 보상이 먼저 이뤄졌을 것이다. 절차상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