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입법화 시급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올해 1월부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종료돼 영세 중소기업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2021년 7월 전면 시행된 주52시간제 적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적용된 제도였으나, 국회에서 여야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끝내 폐기되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종료로 인한 중소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1년간 계도 기간을 부여했다. 계도 기간 중 30인 미만 사업장은 장시간 정기 근로 감독 대상에서 제외되며, 그 외 근로 감독 또는 진정 등의 처리 과정에서 근로 시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최장 9개월의 시정 기간이 부여된다.
그러나 이런 계도 기간 부여와 같은 것은 기간이 한정돼 임시 조치일 뿐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극심한 인력난으로 계도 기간 내에 법 위반 사항을 시정하기 어려워, 근로자가 고소‧고발하게 되면 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은 여전하므로 중소기업들은 범법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지금 중소기업들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5~29인 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91.0%)의 기업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제도가 일몰되면서 일감을 소화하지 못해 영업이익 감소, 연장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 이탈, 납기일 미준수로 인한 거래 단절 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 역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 중소 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 따른 근로자 영향 조사 결과, 전체의 55%가 ‘삶의 질이 더 나빠졌다’고 했으며, 반면 ‘좋아졌다’고 답변한 근로자는 13%에 불과했다. 나빠진 이유로는 근로 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어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렇듯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존속은 63만 개 30인 미만 중소기업과 603만 명 소속 근로자들의 생존이 달린 시급하고 중요한 민생 문제였다.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나 안전운임제 일몰과 엮어 외면해 버릴 사안이 아니었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가 3월에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에는 연장근로 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가 아닌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정 주에 근로 시간이 52시간을 넘겨도 월‧분기‧반기‧연간 언제로 따져도 평균 일주일당 근로 시간은 52시간 이하면 된다는 계산이다. 이 경우 일이 많은 시기 근로자가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고, 일이 많지 않은 시기엔 근로자들이 장기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연장근로 시간을 미루거나 당겨쓸 수 있는 형태로 애로 사항이 일부 해소될 수 있지만, 활용할 수 있는 연장근로 시간의 절대량은 변하지 않는다. 또한 5월부터 두 달간 여론 수렴을 통해 새로운 개편안이 마련될 예정이라 언제 입법이 이뤄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 재입법은 별개로 추진돼야 한다.
중소기업인들은 IMF,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19 등 수없이 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이 자리까지 달려왔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은 또 하나의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 현장의 다양성, 구조적 특수성, 인력 수급 등 현장의 실정을 감안해 하루빨리 여야가 합심하고,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허용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중소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이 함께 웃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