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고분군 7곳, 세계유산 등재 확실시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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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자문기구서 ‘등재 권고' 판단… 9월 사우디서 최종 확정
“주변국과 공존하며 자율·수평적 체계 유지한 가야문화 상징”

한반도 남부에 남아있는 가야 유적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 11일 가야고분군 중 경남 김해에 위치한 대성동고분군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한반도 남부에 남아있는 가야 유적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 11일 가야고분군 중 경남 김해에 위치한 대성동고분군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한반도 남부에 남아있는 가야 유적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

1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사·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한국이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가야고분군을 심사한 뒤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 이코모스는 각국이 신청한 유산을 조사한 뒤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전달한다.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된다.

가야는 기원 전후부터 562년까지 주로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작은 나라들의 총칭이다. 김해 금관가야, 고령 대가야, 함안 아라가야, 고성 소가야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 등재 권고 판정을 받은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영남과 호남 지역에 존재했던 고분군 7곳을 하나로 묶은 연속유산이다.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고성 송학동 고분군, 합천 옥전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으로 구성된다. 행정구역으로 따지면 경남 5곳, 경북 1곳, 전북 1곳이다. 이들 고분군은 모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고분군은 가야 문화의 성립과 발전,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가야고분군 유적은 ‘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주변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와 병존했던 가야 문명을 실증하는 증거로 여겨진다. 대등한 수준의 최상위 지배층 고분군이 독립된 분지에 각각 분포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고분군은 구릉지에 조성됐는데 구조나 규모, 부장된 토기 구성 등을 통해 가야 연맹의 결속과 지리적 범위를 엿볼 수 있다. 정치체별로 지역성을 띠는 장례 관습이나 제도, 토기 양식도 남아 있다.

가야고분군 7곳의 위치. 문화재청 제공 가야고분군 7곳의 위치. 문화재청 제공

출토된 유물을 보면 지방 세력을 자신의 세력권에 편입하면서도 수장의 위신을 세워주고자 하사하는 귀한 물품인 위세품(威勢品) 수준이 대등한 점도 눈에 띈다. 각 정치체가 자율성을 가진 수평적 관계였음을 보여준다는 게 학계 통설이다. 이런 점에서 가야고분군은 세계유산 등재 기준 가운데 하나인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를 충족할 것으로 기대됐다.

문화재청은 “이코모스는 고분군의 지리적 분포, 입지, 고분의 구조와 규모, 부장품 등을 통해 ‘가야고분군’이 주변국과 공존하면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해 온 ‘가야’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들 고분군이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기준을 충족한다며 ‘가야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것을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했다는 것이다.

가야고분군은 올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회의는 9월 10~25일 약 2주간 열릴 전망이다.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에 등재되면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년), 창덕궁, 수원 화성(이상 1997년) 이후 지금까지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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