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재정적자 예상보다 커질 수도…지출확대 줄여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나라살림 적자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함부로 재정지출을 늘리지 말라는 의미다. 기준금리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되 시장 불안 상황을 대비하라고 권고했다.
KDI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2023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11일 발표했다. KDI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큰 폭의 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재정건전성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의 경우 경기 회복기였음에도 관리재정수지는 117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5.4%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는 세수 여건 악화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예산(GDP 대비 2.6%: 58조 2000억 원)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올 들어 3월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4조 원으로 이미 연간 예상치에 육박했다.
KDI는 이런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근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지만 이는 주로 수출 위축에 따른 것이므로 내수·고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에서 무리한 경기 부양은 자칫하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KDI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효율적인 재정 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출 검토를 통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향후 인구 고령화 등 재정 소요를 고려해 재정준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 정책에 대해선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로 수렴할 수 있도록 현재의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만큼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쉽사리 내리는 방향으로 전환하지도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정책 측면에서는 금융시스템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라는 제안을 내놨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에서 보듯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라는 취지다. 코로나19 위기 때 도입된 비상정책들은 정상화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부실자산을 정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KDI는 개별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작을 경우 정책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