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걸작 ‘세 자매’, 부산 무대에 오른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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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연구집단 시나위 명작시리즈
12~20일 경성대 예노소극장

부산에서 공연하는 연극 ‘세 자매’ 포스터. 극연구집단 시나위 제공 부산에서 공연하는 연극 ‘세 자매’ 포스터. 극연구집단 시나위 제공

지방 소도시에 죽은 장군의 세 딸이 산다. 어린 시절을 보낸 모스크바로 돌아가고픈 자매다. 현실 앞에 그 꿈은 좌절되지만, 그들은 쓰러지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 대표작이 연극으로 부산 관객을 만난다.

극연구집단 시나위는 12일부터 20일까지 연극 ‘세 자매’를 부산 남구 경성대 예노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체호프가 1900년 집필한 ‘세 자매’는 이듬해 모스크바예술극장에 초연됐고,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는 체호프는 ‘세 자매’로 1902년 그리보예도프상을 받았다.

연극은 군인 유족 가정을 무대로 꿈과 현실의 충돌을 경험한 자매를 그린 작품이다. 러시아 지방 소도시에 사는 올가, 마샤, 이리나는 모스크바로 돌아가려는 꿈에 젖어있다. 하지만 그들을 품은 군대가 다른 도시로 이주하면서 그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상을 좇으며 현실을 견디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세 자매 이야기는 기쁨이 넘치는 봄에 시작해 멜랑꼴리한 가을에 막을 내린다. 깊게 사유하는 모습을 그리며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여주려 한다. 세 자매는 끝까지 행복하진 않지만, 이해하고 사는 게 중요하단 걸 보여준다. 그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조금만 있으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살고, 왜 고통을 당하는지 알게 될 거야…”라는 대사로 삶의 의지를 드러낸다.

연출을 맡은 이기호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세 자매’는 쉬이 변하는 인생의 속성을 잘 드러낸다”며 “작품 주제를 ‘자기실현’으로 정하면서 세 자매가 어디에 살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지방 정착기’를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주의자는 진실을 보지 않고 환상을 보지만, 세 자매는 마침내 진실을 보게 된다”며 “연극을 통해 관객들 인생을 무대에 비춰보는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준비한 극연구집단 시나위는 1997년 창단한 부산 대표 극단이다. 창단 26주년을 맞아 명작시리즈로 ‘세 자매’를 제작했다. 양진철, 우명희, 박창화, 이동규, 이경진, 김가은, 황정인, 김건, 김시아, 이한성, 서선택, 김승환, 양진우, 이선준 배우 등이 출연한다.

이번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메세나협회, 부산시, 부산문화재단 등이 후원했다. 공연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에 열린다. 관람료는 3만 원으로 학생, 장애인, 예술인패스 소지자는 1만 5000원에 볼 수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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