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봄나들이] 울산시립미술관, 과거·현재·미래의 컬렉션을 만나다
이건희컬렉션 마지막 부울경 순회전
임응식 사진가 촬영 작가들 초상 눈길
기술·일상 융합 미술관 소장품 소개
세계적 미디어아트 기관과 협업 눈길
‘사유→공유→확산’ 컬렉션 의미 조명
울산시립미술관은 ‘컬렉션’이라는 큰 주제로 3개의 전시를 열고 있다.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작가들의 작품부터 21세기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형 미술관을 표방한 울산시립미술관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소장품까지. 컬렉션의 의미와 방향을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건희컬렉션 지역 순회전의 경우 부울경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한국 미술 컬렉터의 ‘시대 안목’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시대 안목’은 말 그대로 한국 근현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건희컬렉션을 중심으로 광주시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OCI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김종영미술관에서 작품을 가져왔다.
70여 점의 작품 중 권진규의 ‘두상’ 등 개인 소장품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중섭 작가의 ‘시인 구상의 가족’은 이번 전시를 위해 구상 시인의 딸이 직접 운송해 온 작품이기도 하다.
김기창 ‘밤새’, 변관식 ‘어락’, 이상범 ‘추강모연’, 허백련 ‘하경산수’, 강요배 ‘억새꽃’, 오지호 ‘설경’, 이성자 ‘대지가 움틀 때’와 장욱진의 판화, 김종영의 조각 작품 등 안목 있는 컬렉터들이 수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울산시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의 경우 작가별로 작품을 모아서 전시해 관람객의 작품 이해를 돕는다. 또 박수근의 작품 옆에 영상을 비치해 작가 특유의 마티에르를 더 잘 느끼도록 했다.
전시장 바깥 로비에는 부산 출신 사진가 임응식 작가가 찍은 중요한 작가들의 얼굴 사진과 작업실 사진도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끈다.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관람은 울산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s://www.ulsan.go.kr/s/uam/main.ulsan)에서 예약할 수 있으며, 현장 발권은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시대 안목’=21일까지 2전시실.
■미래의 컬렉션은 어떻게 변화할까
‘울산시립미술관 컬렉션: 미래 수집’은 기술과 일상이 융합된 시대에 미래형 미술관의 소장품이 무엇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수잔 앵커, 제니 홀저, 허먼 콜겐, 쥬스틴 에마, 송동, 이불 등 울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뉴미디어 아트의 개척자 토니 아워슬러의 ‘락 2,4,6’은 프로젝션, 슈퍼 그래픽·평면 패널의 집합으로 이뤄진 폭 10m 규모의 대형 작업이다. 특정의 형태를 가진 패널에 비치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김윤철 작가의 ‘크로마’는 거대한 뱀이 꿈틀대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300개의 셀을 이용해 겹친 18개 마디 안에 하이드로젤을 넣고 키네틱으로 작동하는데 반짝이는 푸른 빛이 아름답게도 보인다. 거울에 비친 관람객의 모습이 추상적 디지털 데이터로 분해되고 코드화되는 ‘유 아 코드’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울산시립미술관 컬렉션: 미래 수집’=21일까지 1전시실.
‘해외 무빙이미지 컬렉션: 예술 유동’은 컬렉션의 의미가 작품의 형식과 매체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를 조명하는 전시다. ‘예술 유동’이라는 부제목처럼 탈물질적 디지털 작품의 유동성에 주목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빌 비올라, 소니아 보르게스, 필리파 세자르 등 미디어 아트의 역사가 되고 있는 작가들의 영상미술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작품의 구입과 감상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전시는 비디오 데이터 뱅크(VDB)·하마카(HAMACA)와의 공동 기획으로 탄생했으며, 제트케이엠(ZKM)·카사 아시아(CASA ASIA)가 협력했다. 이러한 미디어아트 기관들과 울산시립미술관이 교류하고 작품을 공유하는 것을 통해 앞으로 컬렉션의 의미가 ‘사유에서 공유로’ 또 ‘공유에서 확산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외 무빙이미지 컬렉션: 예술 유동’=21일까지 지하 2층 로비.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