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장 허무는 학교, 안전한 통학로 확보 힘 모아야
부산시·교육청 TF 구성, 안전 용역 계획
더 이상 비극 없도록 사회 전체가 책임을
부산의 한 초등학교가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을 위해 다음 주부터 학교 담장을 허물고 통학로를 넓히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영도 등굣길 참사 이후 그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학교 현장에서 먼저 통학로 개선에 나선 것이다. 아직은 한 학교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향후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실제 통학로 안전을 강화하는 계기로 이어진다면 그 의미는 결코 작을 수 없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시내 50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통학로 개선 용역을 전문기관에 의뢰하기로 한 것도 그 연장선일 테다. 물론 안타까운 죽음 이후에야 마련되는 대책들은 늘 너무 늦어서 통탄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 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해서 무작정 방치할 수만은 없다. 어린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통학로 안전 강화에 지역사회의 힘을 한데 모으는 게 중요하다.
이번 참사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오랜 방관과 묵인이 만들어 낸 참변임을 알 수 있다. 갑작스러운 천재지변, 혹은 이유 없는 불운이나 우연의 결과가 결코 아니란 뜻이다. 관할 구청은 학교에서 요구한 불법 주정차 단속과 통학로 개선 요구에 1년 동안이나 무관심했다. 〈부산일보〉 취재 결과, 영도구에는 참사가 일어난 통학로보다 훨씬 더 위험한 급경사의 골목길이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이 무시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지금도 아이들은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구청이 내놓은 사후 대책이란 것도 주민들의 또 다른 반발과 잡음을 부르는 졸속 처방에 그치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끝 모를 안전 불감증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고는 근본적으로 부산이라는 도시의 지형적 특성, 그리고 외형적 성장 위주의 자본주의 속성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뼈아프게 다가온다. 도시 팽창 과정에서 주거지 형성과 토지개발 자체가 무계획적이었고, 도시개발의 효율성 측면에서 산업단지와 도로 건설에 치중한 나머지 교육 환경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부산 지역 대부분의 학교 부지가 고지대인 산비탈에 위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이 먼저 희생되는 근대적 도시계획은 이제 근본적인 반성을 필요로 한다.
담장을 허물면서까지 통학로를 넓히려는 초등학교의 눈물겨운 노력은 그런 열악한 현실의 방증이다. 통학로 안전 확보는 학교만의 문제일 수 없다. 행정과 치안, 교육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이 얽혀 있는 사안이다. 사고 업체 대표에게 1차적 책임을 묻는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부산시와 시교육청이 늦었지만 초중고를 대상으로 통학로 개선에 나선 만큼 이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할 때다. 더 이상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산 전역의 통학로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역량을 총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