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 연임 허용’ 농협 조합법 개정안 특혜 논란
농협중앙회장 연임법 국회 통과
‘특혜법’ 시끌… 로비 의혹까지 제기
“쌀값 폭락 농민 빚잔치 급한데
농협 민주화 퇴행” 비판 목소리
내년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이성희 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11일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특혜법’ 논란이 짙어지고 있다. 14년 만의 연임제 도입으로 이 회장의 장기집권 체제가 전망되면서 “농협 민주화 역사를 퇴행시키는 결정”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쏟아진다.
이날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 등이 발의한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통과시켰다.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으로 통하는 이 법은 지난해 말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현직 회장에게 개정 연임제를 소급 적용해 1회에 한해 연임을 가능하게 한 것이 골자다. 해당 내용을 담은 법안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의힘 윤재갑, 김선교, 이만희 의원과 민주당 김 의원이 잇따라 발의했다.
현행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없다. 과거 연임한 농협중앙회장 4명 중 3명이 배임과 횡령, 뇌물 등의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아 2009년 정부 주도로 농협중앙회장 단임제가 시행됐다. 이날 법안이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14년 만에 연임제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찬반은 극명하게 갈린다. 반대 측 입장에선 연임제가 도입될 경우 수백조 원의 자산과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농협중앙회장 제왕적 권력이 비대해질 것을 우려한다. 또 내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연임제가 현직 회장에 ‘소급 적용’되면서 특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찬성 측은 연임으로 중앙회장의 업무수행 연속성과 책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농해수위 법안소위 회의에서는 입법 로비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소위 법안 통과에 반발하면서 정치권에 돌았던 농협 측의 ‘입법 로비’ 의혹 내용을 회의장에서 공개했다. 윤 의원은 “입법 로비를 위해서 (농협)중앙회 기획실을 통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 등에게 농협 지역본부장을 시켜 로비 자금을 전달하고 있다”며 “로비 대상 의원 명단은 중앙회 기획실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인 바 있다. 농해수위 법안소위원장인 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당시 극명한 반대 의견에도 거수 표결에 부쳐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에선 안병길 의원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현직 회장의 연임제 적용은 특혜 소지가 매우 크고, 이때까지 연임 허용했던 현직은 모두 중임해 이는 명백한 특혜다”라며 “제왕적 권력을 줄이기 위한 단임제를 현직 적용 연임제로 바꾸는 것은 농협 민주화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전대미문의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이 힘들어하는데 기득권 강화가 이렇게나 급한가”라며 “책임은 없고 권한만 비대해지는 이 법안이 어떻게 농협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농협의 위상과 역사, 규모 등을 봤을 때 국회가 (농협에)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며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을 엄호했다. 해당 법안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을 두 차례로 제한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