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시설 노후·주변 슬럼화… 묵은 난제 방치 더는 안 된다”
부산구치소·교도소 이전 용역 발표
2007년부터 추진 주민 반대 번번이 무산
입지선정위, 관내별 이전안·통합안 제시
복합공간 조성 등 개발구상안도 내 놔
강서구 “사전 협의 없는 졸속행정” 반발
사상구 “다시 원론… 지역 갈등만 유발”
부산 도심에 위치해 있는 구치소와 교도소를 외곽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지난 20여 년간 추진돼 왔지만 매번 성공하지 못했다. 법무부 산하 교정시설이 자신이 사는 지역으로 옮겨오지 않았으면 하는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범죄자를 수용하는 교정시설이라고 하더라도 노후화가 심각하고, 주변 낙후지역의 개발을 더이상은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조속히 이전 계획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부산시도 이와같은 비판 여론에 직면해 입지선정위원회 운영을 통한 입지 선정 등 이전 계획을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전 시도 매번 실패, 이번엔 다를까
현재 부산에는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와 강서구 대저동 부산교도소 외에 부산보호관찰소, 부산보호관찰심사위원회, 부산청소년자립생활관, 부산청소년비행예방센터 등 법무부 산하 교정시설 4곳이 위치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사상구 주례동에 위치한 부산구치소는 1973년 신축돼 노후화가 가장 심한데다 과밀 수용 문제가 심각하고 여름 무더위와 겨울 한파에 수용자들의 불편 또한 컸다. 이 때문에 2007년 시는 구치소를 강서구 화전동 화전체육공원 부지로 교도소와 함께 통합이전하기로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산업단지 내 부지여서 주민 반발은 거의 없었지만, 사업시행자인 LH 측이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중도에 사업을 접었던 게 이유였다.
이후 2012년 다시 한번 구치소를 강서구 명지동 국제신도시 부지로 교도소와 함께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서부산 법조타운 조성 부지 안에 구치소와 교도소를 옮기는 안이었는데, 이때부터 주민 반대가 거셌다. 사업시행자 LH 측도 미분양과 민원 증가를 우려해 사업을 반대함으로써 결국 무산됐다. 이어 2016년에는 구치소만 사상구 내 엄궁동 위생사업소 부지로 이전이 시도됐으나, 역시 교육환경 저하와 부동산 시세 하락을 걱정한 주민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2019년 6월 시와 법무부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통합이전 논의가 재개됐다. 강서구 대저동과 강동동 일대 29만㎡ 부지에 구치소와 교도소, 그외 교정시설 4곳을 함께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통합 후보지 이전 타당성 조사와 주변 지역 개발 계획, 현재 구치소와 교도소 부지 개발 계획 등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 5억 원을 책정해 타당성 용역을 추진했다.
하지만 강서구 지역 주민들과 사전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MOU를 체결했다며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시는 민·관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해 여론을 듣겠다고 했으나 지역 주민들이 불참하면서 이 또한 무산돼 ‘주민 동의’를 전제로 용역을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일단락됐다. 이에 2021년 6월 용역에 착수한 시는 지난해 말 용역을 완료했으나, 주민 여론을 고려해 입지선정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하고 11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상·강서 지역 개발구상도 공개
시는 이날 두 가지 이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각 지역의 개발구상안도 함께 공개했다.
구치소와 교도소 각각 관할 구 내에서 이전해 신축하는 지역별 이전안에 따르면, 강서구는 현재 대저동에 소재한 교도소와 보호관찰소 등을 남해고속도로 북측 27만㎡ 부지로 이전할 경우, 기존 부지 주변 지역에 산재한 노후 주거지를 강서권역 내 연구개발특구와 서부산복합산업단지의 배후 주거시설로 개발할 수 있다. 교도소 인근에 이미 LH가 아파트 신축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이 지역을 주거 및 문화 기능, 상업 기능이 공존하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 사상구는 구치소가 이전하게 되면, 주변 단독주택 지역을 개발해 인접한 사상공단의 배후 주거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학장천 개선을 통한 문화 여가 및 공공지원 기능이 이 지역에 보완돼 쾌적한 주거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교정시설 통합이전 후보지로 발표된 강서구는 이날 시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입지선정위원회 추진에 지자체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위원회 운영 중단을 주장했다.
반면 사상구는 강서 통합이전 대신 지역별 이전 방안이 함께 제시돼 의아하다며, 위원회를 통한 합리적인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은 “2019년 발표된 교정시설 통합이전에 강서구 반발이 있어서, 주변 개발과 어떻게 연계할지 검토하는 용역인 줄 알았는데, 다시 원론적인 결과가 발표돼 상당히 의아스럽다”며 “두 가지 안이 제시돼 오히려 지역 간 갈등만 유발시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구치소와 교도소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건물이 노후화되고 주변 지역이 슬럼화됐다. 묵은 현안이 주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방치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이번에는 이전 계획을 신속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