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랠리에…10억 초과 고액예금 800조 육박
1년 전과 비교해 3.5% 증가
한은, 두 차례 '빅스텝' 등 영향
고액예금 증가율 감소…예금 빼 내 빛 갚은 기업↑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랠리의 영향으로 잔액이 10억 원을 넘는 고액예금 규모가 8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정기적금·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가운데 잔액이 10억 원을 넘는 계좌의 총예금은 796조 3480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6월 말(787조 9150억 원)과 비교하면 1.1%(8조 433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를 다시 경신했다. 1년 전과 견주면 3.5%(26조 6260억 원) 증가했다.
10억 원 초과 고액 예금 계좌수는 2021년 6월 말 8만 4000계좌, 2021년 말 8만 9000계좌, 지난해 6월 말 9만 4000계좌에 이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9만 5000계좌로 증가했다.
10억 원 초과 저축성예금 잔액은 2017년 말 499조 1890억 원에서 2019년 말(617조 9610억 원)에는 600조 원을 돌파했다. 이어 2021년 말(769조 7220억 원)에는 700조 원 선마저 뛰어넘었고, 지난해 말에는 800조 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기준 10억 원 초과 고액계좌를 종류별로 살펴보면 정기예금이 564조 5460억 원으로 1년 전(509조 8150억 원)과 비교해 10.7%(54조 7310억 원) 증가했다.
반면 기업 자유예금은 같은 기간 234조 7850억 원에서 219조 8900억 원으로 6.3%(14조 8950억 원) 감소했고, 저축예금은 24조 4480억 원에서 11조 5250억 원으로 52.9%(12조 9230억 원) 줄었다. 기업 자유예금은 법인과 개인기업의 일시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이며, 저축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결제성 예금이다.
이처럼 고액 정기예금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과 10월 두 번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상 랠리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다만 10억 원 초과 고액예금의 전년 말 대비 증가율은 2017년 말 7.2%, 2018년 말 13.3%, 2019년 말 9.2%, 2020년 말 9.4%, 2021년 말 13.8% 등에서 지난해 말 3.5%로 둔화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자금 경색 등으로 대출금리가 치솟아 이자 부담이 늘어나자 기업들이 보유예금 중 일부를 대출상환에 활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