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30년 집권 꿈’ 일단 멈춤… 28일 결선 투표 간다
튀르키예 대선 1차 투표 결과
양강 구도 속 과반 득표자 없어
여야 모두 “2차 투표 수용할 것”
재임 20년 경제 견인·후퇴 공과
서방·러 대립 속 국제적 관심사
튀르키예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이 애초 예상을 뒤엎고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에는 미치지 못해 결국 오는 28일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외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첫 투표에서 과반을 넘기지 못해 집권 20년 만에 최대 정치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국영 TRT 방송 등에 따르면 15일(현지 시간) 대선 개표가 98.06% 완료된 상황 속에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49.34%,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44.9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자 간 득표율 차는 4.35%포인트 수준이다. 이어 득표율 3위인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5.24%를 기록했으며, 0.43%를 획득한 무하람 인제 조국당 대표는 기권했다.
이날 투표에서 유권자 6400만 명 중 88%가 한 표를 행사했다.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50% 이상의 표를 확보했다면 오는 2028년까지 임기가 보장되며, 해당 중임 기간에 조기 대선을 실시해 또 승리하면 2033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려 30년간 초장기 집권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과반의 표를 획득하지 못해 오는 28일 결선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 조국이 두 번째 투표를 바란다면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고,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도 결선 투표 수용 의사를 밝혔다.
CNN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 20년 만에 최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강조하며 AKP를 창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에 올라 10년간 튀르키예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이어 2014년 직선제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지금까지 튀르키예 최고 권좌를 지켜 왔다.
하지만 2016년 에르도안을 축출하려던 쿠데타가 벌어졌고, 이를 계기로 그는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면서 국내외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시위에 대한 대대적 단속과 언론인 체포 등 튀르키예 내 민주주의 후퇴가 발생했다. 그는 고물가를 잡겠다며 세계 경제의 금리 인상 기조를 거슬렀다가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오히려 물가가 폭등했고, 실업률마저 치솟는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3개월 전 발생한 대지진과 그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심각한 민심 이반도 벌어지는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권 연장을 위해 무리하게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낸다고 비판했다. 또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와 AKP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신냉전이 고개를 드는 시점에서 양강 구도로 치러진 이번 튀르키예 대선은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친러·친중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 비준을 미루면서 러시아를 겨냥한 서방의 제재에도 계속 불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반대로 결선 투표에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힘을 보태기 위해 튀르키예는 나토를 통한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