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 증세 없는 대동맥류 ‘몸속 시한폭탄’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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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류 진단과 치료

혈관 터지면 사망률 최대 90%
65세 이상·고혈압 동반 많아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 중요
약물로 진행 속도 늦추는 치료
개복 수술·스텐트 삽입술 가능
환자 상태 따라 선택할 수 있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금속망으로 지지된 인조혈관(스텐트 그라프트)을 대동맥류 발생 위치로 삽입해 혈관 파열을 예방하는 시술이다. 경상국립대병원 흉부외과 박현오 교수가 스텐트 그라프트가 들어 있는 딜리버리 시스템을 앞에 놓고 치료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병원 제공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금속망으로 지지된 인조혈관(스텐트 그라프트)을 대동맥류 발생 위치로 삽입해 혈관 파열을 예방하는 시술이다. 경상국립대병원 흉부외과 박현오 교수가 스텐트 그라프트가 들어 있는 딜리버리 시스템을 앞에 놓고 치료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병원 제공

병명에 ‘00류’라고 하면 혹처럼 부풀어 오르거나 늘어난 증상을 말한다. 대동맥류는 대동맥이 돌기나 풍선 모양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 혈관이 약해지고 탄력이 떨어진다. 대동맥류 환자 10명 중 7명은 65세 이상이며, 고혈압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 대동맥류가 진행되면 혈관벽이 약해져 정상 혈압에도 혈관이 파열될 수가 있다. 대동맥류는 급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환자 대부분이 자각 증세가 없다는 점에서 질환의 심각성이 있다. 이들은 몸속에 시한폭탄을 차고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대부분 무증상, 터지면 90% 사망

대동맥류는 대동맥 직경이 정상보다 1.5배가량 늘어났을 때 진단된다. 대동맥류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동맥경화, 대동맥 박리 등이 있다. 동맥경화는 동맥의 벽이 두꺼워지고 굳어져서 탄력을 잃는 것인데, 고혈압 비만 당뇨병 등이 주요 원인이다.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혈관 내막이 찢어져 그 틈으로 혈액이 흘러들어 가는 것이다. 이 모두가 혈관의 노화로 인해 발생한다.

대동맥류 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복부 대동맥류는 환자의 80%가량이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배, 옆구리, 등쪽 통증을 느끼거나 배에서 박동하는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환자들이 노화 때문이라고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대동맥류를 방치할 경우 늘어난 혈관이 터져서 사망하는 확률이 최대 90%에 이른다. 대동맥 파열 환자의 30~40%는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기 검진으로 조기 발견해 치료해야

대동맥류는 혈관이 파열될 때까지 눈에 띄는 증상이 없어 환자 스스로 진단이 어렵다. 그래서 정기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정기 검진이 대동맥류를 예방하고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진주 경상국립대병원 흉부외과 박현오 교수는 “대동맥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파열되었을 확률이 높다”며 “대동맥류는 CT만 촬영해 봐도 크기 등을 확인해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을 앓고 있거나 65세 이상이라면 건강 검진 시 대동맥 직경을 반드시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초음파, CT 촬영 등을 통해 대동맥류를 발견한다면 적절한 치료를 실시해 대동맥류 파열을 막을 수 있다. 박현오 교수는 “보통 대동맥 직경이 5cm 미만인 경우에는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직경이 5cm 이상이거나, 6개월 이내 0.5cm 이상 또는 1년 이내 1cm 이상 직경이 빠르게 늘어난 경우에는 외과적 방법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복부에서 박동하는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통증이 확인되면 신속히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수술을 할 정도가 아니라면 주기적인 검사로 추적 관찰을 해야 하고, 직경 증가 속도가 빠를 경우에는 즉시 외과적 치료를 시도한다.

■고령 환자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대동맥류 치료법은 개복을 통한 수술적 치료와 혈관 내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하는 시술 두 가지가 있다. 연령, 성별, 기대 여명, 동반 질환 등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한다.

수술적 치료는 개복 후 확장되어 있는 대동맥을 절개 혹은 절단하고 인공 구조물로 바꾸어 준다.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지만 전신 마취에 따른 부담과 수술 부위 감염 등의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연령이 많거나 수술에 따른 위험이 큰 환자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이 추천된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대퇴동맥을 통해 직물로 둘러싸인 금속 그물망(스텐트 그라프트)을 부풀어진 대동맥류로 삽입, 혈액이 그물망 안으로 흐르도록 하는 방법이다. 국소 마취를 통해 진행하며, 작은 절개만으로도 문제 혈관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시술 시간과 회복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과거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혈관 내 누출, 스텐트 이동 등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기적 임상연구를 통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의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돼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에 대한 글로벌 임상 연구에 따르면, 복부 대동맥류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을 받은 환자 390명을 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 환자는 0.5%, 장치 이탈이 발생한 환자는 0.8%에 그쳤다.

박현오 교수는 “수술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의 경우 개복 수술 대신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통한 치료를 권장하는 추세”라며 “대동맥류는 최대한 빨리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예후도 좋다”고 강조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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