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BIFF는 부산 시민의 자산이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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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 기획취재부 차장

인사 내홍 불거진 부산국제영화제
소통 부족·조직 사유화 의혹 등 제기
넉 달여 앞 행사 제대로 치를지 우려
쇄신 통해 사랑받는 축제 거듭나길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이빙벨’ 사태가 외압에 의해 촉발됐다면, 이번엔 조직의 인사를 둘러싼 내홍이 도화선이 됐다.

문제는 지난 9일 (사)부산국제영화제 임시총회에서 운영위원장 직제를 새로 만든 데서 시작됐다. 영화계는 이날 임시총회가 갑자기 열리게 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영화제가 사실상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로 가게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새로 선임된 운영위원장과 이용관 BIFF 이사장의 친분을 들어 ‘내 사람 심기’ ‘조직 사유화’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이사장 측근인 신임 운영위원장에게 행정, 예산 같은 주요 권한을 이전하는 게 석연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임시총회 안건의 공지가 늦어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안 됐다며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 10월 열릴 ‘제28회 BIFF’를 진두지휘해야 할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이 지난 11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말을 아꼈지만,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올해 영화제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 준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성토가 이어졌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15일 ‘부산국제영화제는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협회 측은 “2021년부터 영화제를 이끌어온 허문영 위원장은 영화계 안팎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으로, 대다수의 영화인들은 그가 앞으로도 한동안 부산영화제를 이끌어나가야 할 적임자라 생각한다”며 허 집행위원장 측에 힘을 실었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도 이날 ‘영화제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 측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와 중앙정부로부터 수십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아 운영된다”며 “영화제의 중요한 사안들은 시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오후 이용관 BIFF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퇴 시기와 관련해서는 이번 사태가 정리되는 대로 물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영화계가 요구한 중요 사안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시비와 국비의 지원을 받는 BIFF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책무다. 1996년 출발한 BIFF는 영화인과 부산 시민의 열망으로 탄생했다. 영화 팬과 시민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며 부산의 자랑거리로 성장했다.

부산 시민 공공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BIFF와 관련해 ‘조직 사유화’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지역 영화계는 이번 기회에 이사장 1인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현재 시스템을 재점검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의 한 영화계 인사는 “BIFF의 임원 선출과 관련된 정관을 보면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추천해 총회에서 선출하고, 이사는 이사장의 추천을 받아 총회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이사장이 추천한 이사가, 다시 이사장을 추천하는 이런 이상한 제도가 도대체 말이 되냐”고 꼬집었다.

앞으로 BIFF가 내놓을 쇄신안에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다양한 개선 방안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공모제를 통해 주요 직책에 대한 인사를 진행하는 최신 흐름에 맞게 낡은 제도를 손봐야 한다. 이 이사장의 사의 표명만으로 실추된 BIFF의 신뢰성을 회복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번 사태에 실망한 시민들에게 합당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영화제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영화산업을 둘러싼 환경도 급변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성장 속에 기존 영화산업의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을 한자리에 모아온 오프라인 영화제의 필요성과 향후 전망에 대해 고민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BIFF가 시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게 된다면, 자칫 영화제의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BIFF가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해 시민의 사랑을 받는 부산 대표 축제로 거듭나길 바란다. BIFF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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