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 집어 던지고 베개로 얼굴 누르고…장애인어린이집서 상습 학대(영상)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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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로 얼굴 압박 등 CCTV 담겨
원생 32명 중 15명 피해 드러나
주먹 폭행 등 총 510건 확인
경찰, 원장·교사 등 8명 입건
죄질 나쁜 4명엔 구속영장
진주시, 해당 시설 6개월 업무 정지


경남 진주시의 한 장애인 전문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정확이 포착됐다. 지난해 6~8월 사이 확인된 학대만 5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의 한 장애인 전문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정확이 포착됐다. 지난해 6~8월 사이 확인된 학대만 5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의 한 장애인어린이집에서 15명의 원생이 교사 등 7명으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남경찰청과 진주시는 진주 A장애인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5명, 치료사 1명, 영양사 1명 등 8명과 해당 법인을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학대 사례가 많은 교사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원장은 학대에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6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두 달여 동안의 CCTV를 분석한 결과 A어린이집 원생 32명 가운데 15명에 대한 학대 정황을 포착했다. 학대를 가장 많이 당한 아이는 240여 차례에 걸친 피해사실이 확인됐으며, 나머지 아이들 역시 많게는 수십여 건의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80여 일 동안 받은 학대 사례를 모두 합치면 510여 건에 달한다.

한 아이는 교사에 의해 목덜미를 잡힌 채 1~2m 정도 던져 졌고, 주먹으로 정수리를 맞는 아이들은 부지기수였다. 한 교사는 식판으로 아이의 머리를 때렸고, 넘어뜨린 뒤 발목을 잡고 아이를 질질 끌고 가기도 했다. 다른 교사들은 폭행 장면을 보고도 말리지 않았고 특히 한 교사가 폭행을 한 뒤 자리를 비우면 다른 교사가 해당 아동을 연이어 폭행하는 장면도 담겼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맞는 장면을 보는 등 정서적 피해까지 입어야 했지만, 아이들 대다수가 자폐 증세나 지적장애가 있다 보니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

자녀의 몸에 멍자국과 머리카락이 뽑힌 자국을 본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피해 아동 학부모 제공 자녀의 몸에 멍자국과 머리카락이 뽑힌 자국을 본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피해 아동 학부모 제공

이와 같은 사실은 자녀의 몸에 생긴 멍자국을 이상하게 여긴 학부모 B 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알려졌다. B 씨의 딸은 코와 발목에 시커먼 멍자국이 있었고 심지어 정수리 부분에는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져 있었다. B 씨는 원장과 담임교사에게 물어봤지만 ‘폭행은 아니다’ ‘장애인어린이집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직접 CCTV를 보려 해도 일부분만 허용됐다.

B 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과 진주시는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약 80일치의 데이터를 복원해 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는 피해 아동이 1명이 아닌, 다수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올 2월부터 어린이집 전체 전수조사와 함께 학부모들을 상대로 대면 조사에 들어갔다.

CCTV를 직접 본 학부모들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B 씨는 “CCTV를 차마 다 볼 수가 없었다. 교사가 오면 아이가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이 한 명이 교사한테 머리를 맞는데, 다른 아이가 스스로 자기 머리를 때리는 모습을 봤다. 우리 아이는 지금도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C 씨는 “낮잠시간이었다. 아이를 억지로 잠을 재우려고 했고, 잠을 자지 않는다며 발로 배를 눌렀다. 아이가 발버둥치자 손가락을 꺾었고, 베개로 얼굴을 눌렀다. 정말 지옥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학부모 D 씨는 “장애가 있는 것도 슬픈데 학대까지 받아야 하나. 말도 못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어 했을지 가늠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어린이집 원장·교사 등 8명과 법인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며, 이들 중 학대 사례가 많은 교사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현우 기자 경찰은 어린이집 원장·교사 등 8명과 법인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며, 이들 중 학대 사례가 많은 교사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현우 기자


학부모들이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은 어린이집의 대응 때문이다.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던데다 장애아동의 특성상 멍이 든 상처는 비일비재하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는 것. 학부모 E 씨는 “장애아동은 가끔 문제성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어 교사가 조금 과잉 대응을 하더라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상 속에는 아이들이 문제성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학대를 했다. 그리고 겨우 두 달치만 확인했는데, 예전 사례들까지 포함하면 아이들은 훨씬 더 많은 학대를 당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일비재하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너무 화가 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진주시는 A어린이집에 대해 6개월 업무 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학부모들의 경우 어린이집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어 처벌이 쉽지 않다. 장애아동의 특성상 새로운 전문 어린이집을 구하기 힘들고 옮기더라도 적응에 애를 먹기 때문이다. 특히 A어린이집처럼 야간 보육까지 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진주시 관계자는 “일단 교사 대부분이 일부분을 빼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 처벌이 합당하지만 구조적인 문제 탓에 어린이집 업무 정지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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