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부족’ 국내 전기차 수요 주춤, 하이브리드 다시 인기
1~3월 전기차 점유율 7.4%
지난해보다 0.2%P 소폭 감소세
하이브리드 15.9%로 오히려 증가
1~4월 그랜저 하이브리드 판매량
지난해 전체 판매량 육박 ‘인기’
전기차 충전 불편 등 영향 미쳐
신차 출시 확대로 국내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던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 등 인프라 공급 부족에 따른 충전 불편, 잇따른 화재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다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점유율이 정체 중이던 하이브리드카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3월 국산 완성차 5사의 전기차 점유율은 7.4%로, 전년 동기 점유율 7.6% 보다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전기차 점유율(9.0%)과 비교하면 낙폭은 2.6%포인트(P)로 다소 큰 편이다.
이 같은 전기차 수요 감소와는 달리 하이브리드 점유율은 지난해 1~3월 13.0%(지난해 전체 13.4%)에서 같은 기간엔 15.9%로 증가했다.
이 같은 점유율 상황은 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에서도 확연하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는 4월까지 3만 8601대가 팔렸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1만 7885대)에 비해 115.8% 증가한 것이다. 반면 전기차는 전년 동기에 비해 23.6% 늘어난 2만 4384대에 그쳤다.
기아의 경우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는 10.8% 증가한 4만 3331대인 반면, 전기차는 22.7% 감소한 1만 676대를 기록했다.
모델별로 보면 현대차 하이브리드 판매량 증가는 지난해 11월 7세대 신차가 출시된 ‘그랜저 하이브리드’ 영향이 컸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1만 8643대가 팔렸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2만 274대)에 육박하는 수치다. 전기차의 경우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지난해 1~4월 1만 542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 5811대로 급감하면서 하이브리드에 비해 판매량 증가폭이 작았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전기차 증가로 인한 고객들의 충전 불편이 커지면서 수요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에선 최근 잇따르는 화재에도 정부나 제조사 차원의 명쾌한 대응책이 없는 것 등도 다소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수입차에서도 비슷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4월 하이브리드 점유율이 32.2%로 지난해 전체 점유율 26.2%(1~4월 28.2%)에 비해 6% 성장했다. 하이브리드는 2019년 9.3%, 2020년 13.1%에서 2021년 26.6%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다소 주춤했지만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반해 한동안 신차의 대거 출시와 충전 인프라 공급확대로 증가했던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8.2%(1~4월 4.9%)에서 같은 기간 6.6%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 점유율 증가는 전체 판매량의 90%이상이 하이브리드 모델인 토요타, 렉서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렉서스 ‘ES 300h’는 1~4월까지 3094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1604대)에 비해 93%나 증가한 것이다. 또한 지난해 하이브리드로 출시한 NX 풀체인지 모델도 1~4월까지 939대나 판매됐다.
토요타는 ‘라브4 하이브리드’가 올들어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고, ‘시에나 하이브리드’도 같은 기간 131% 늘어났다.
반면 전기차는 신차를 대거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을 제외하고는 아우디, 폴스타, 푸조, 포르쉐 타이칸 등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판매량이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김동영 전문연구원(박사)은 “전기차 구입시 충전 불편과 충전요금 인상이 걸림돌이 되면서 기존 내연기관을 재구매하기보다는 하이브리드로 수요를 옮기는 상황”이라면서 “전기차 수요 확대를 위해선 화재에 대비한 안전성 강화와 함께 실질적인 안전기준 가이드 마련이 필요하고, 사고 후 원인분석, 대응책 등 피드백 과정도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