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에서도 당대의 기억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이와사키 사야카 서일본신문 기자
부산일보 교환기자로 부산 근무
고향 미야자키와 정서 비슷 친근
한국 MZ세대·저출생 문제 조명
“고향 미야자키와 비슷한 부산은 친근한 도시예요.”
지난 3월 30일부터 〈서일본신문〉의 교환기자로 부산에서 근무 중인 이와사키 사야카 기자는 최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의 인상을 이렇게 요약했다. 〈부산일보〉와 〈서일본신문〉은 매년 기자를 상대 신문사에 파견·근무시키고 있다. 2020년에 입사한 이와사키 기자는 일본 규슈의 미야자키현 출신이다. 그는 “부산은 미야자키와 가까운 데다 두 지역은 매우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부산이 외국 도시지만 고향 분위기와 매우 비슷해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사키 기자가 생애 처음으로 한국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한류 드라마의 원조격인 ‘대장금’을 통해서였다. 일본에서 대장금이 방영됐던 2004년에 이와사키 기자는 9세로 초등학생이었다. 이와사키 기자는 “어머니가 대장금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어머니 곁에서 같이 대장금을 보게 됐다”며 “중·고등학생 때도 한국 문화와 역사,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미국 보스톤 유학 시절 때는 많은 한국 친구를 사귀었다”고 자랑했다.
이와사키 기자는 수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일 관계 속에서도 한국인을 만나면서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가 깨달은 것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한·일 관계 이면에 또 다른 부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특히 국가가 아닌 시민의 관점에서 한국을 바라보고 싶어서 부산 파견 근무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은 이와사키 기자였지만, 그가 한국에서 근무하며 취재하고 싶다고 밝힌 아이템은 꽤 묵직한 주제들이었다. 이와사키 기자는 일본의 ‘Z세대’로서 한국의 ‘MZ세대’에도 관심이 많다. 취업을 위해 토익 시험 등 각종 스펙 쌓기 경쟁에 몰두하는 한국 친구를 바라보며 결혼까지 포기하는 한국 MZ세대 현실에 큰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저출생 문제는 한국과 일본 모두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면서 “취재를 통해 한·일 젊은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문제 해결책도 제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와사키 기자는 지난달 15일 전남 목포시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취재를 다녀오는 등 한국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를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에게는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 등 과거사도 큰 관심사이다. 한국전쟁 때 피란 수도였던 부산의 전쟁 흔적을 비롯해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에 희생된 한국인의 삶도 그의 취재 아이템 목록에 포함돼 있다.
한 가지가 궁금했다. 그는 왜 한국까지 와서 전쟁의 역사를 들여다보려는 것일까. 이와사키 기자의 대답은 너무 당연했지만, 기자가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을 일깨워 줘 조금 숙연해졌다.
“언젠가 일본에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취재원을 인터뷰할 때 ‘기억 계승’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당대의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말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모든 중요한 기억이 사라지고 비극은 반복됩니다. 그래서 이 작업을 우리 기자들이 반드시 해야 하고, 한국에서도 이 일을 꼭 하고 싶어요.”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