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생태의 힘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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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논설위원

순천에 다녀왔다. 부산에서 순천까지는 승용차로 2시간 반이 걸리지 않아 생각보다 가까웠다.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보고 싶었는데, 특히 박람회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개장 40일 만에 관람객 300만 명을 넘어서 목표치를 800만 명에서 1000만 명 돌파로 높여 잡는다고 한다. 전국의 지자체가 잇따라 방문해 성공적인 지역 축제의 사례로 박람회장을 탐구 중이다. 최근 ‘정원 도시 서울’을 꿈꾸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찾아왔다. 오 시장은 서울은 유휴 공간이 없어 생태 공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면서 “순천이 참 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순천은 도시 전체가 정원으로 변모한 느낌이었다. 10년 전 조성한 박람회장 외곽에 대규모 도심정원을 새로 조성해서 더 그랬다. 사람들이 팽이를 눕혀 놓은 모양의 나선형 길을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도심 침수를 막기 위해 설치된 시설에 만든 국내 최초 저류지 정원인 ‘오천그린광장’이었다. 실제 차가 달리던 4차선 아스팔트 도로 1.2㎞ 위에 잔디를 깔아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그린아일랜드’는 참으로 신통방통했다. 광활한 잔디밭 위의 가로등과 속도 제한 표시만이 이전에 도로였음을 짐작게 했다. 생각만 바꾸면 차도를 정원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번 정원 박람회 면적은 193만㎡, 무려 축구장 234개 넓이다. 박람회만 봐도 다리가 아프지만 순천만을 빼놓을 수는 없다. 순천만정원박람회장은 원래 5㎞ 떨어진 순천만을 보존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한다. 순천만 보호를 위해 도심 외곽 부지를 꽃과 나무로 차단한 게 박람회장이다. 순천만 갯벌과 갈대 군락지에서는 새들을 비롯해 각종 동식물이 공존하며 살고 있었다. 푸른 갈대밭 가운데에서 새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쓸데없는 고민 따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순천시가 박람회는 도시를 성장시키는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고 여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생태가 경제를 살린다는 철학을 갖고 도시를 설계해 온 게 박람회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의 의미를 담은 ‘부산 정원’을 만나고 나서 더 부산 생각이 났다. 순천에 순천만이 있다면 부산에는 낙동강 하구와 을숙도 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삼락생태공원 등이 있지 않은가. 아스팔트를 잔디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계속 맴돌았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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