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불렀건만… 50대 민원인, 되돌아가 공무원 머리채 잡고 폭행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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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요구 거절에 소동 벌여
출동 후 재차 방문해 범행
공무원 노조, 적극 조치 요구

사진은 부산사상구청 전경. 부산일보DB 사진은 부산사상구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사상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소란을 피운 민원인이 경찰 출동 후에도 다시 찾아가 공무원을 폭행해 검거됐다. 최근 잇따른 공무원 폭행에 대안으로 제시된 보디캠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안전요원도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50대 남성 A 씨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5일 오후 1시께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 1층 민원실에서 공무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상구청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인 A 씨는 이날 피해 공무원을 찾아 수급일 전에 돈이 없다며, 배가 고프니 돈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공무원이 요청을 거절하자 A 씨는 욕설 등을 하며 빈정거렸다. 술에 취한 A 씨와 소통이 어렵다고 판단한 행정복지센터 측은 경찰에 신고해, 출동한 경찰이 A 씨를 데려갔다.

그러나 약 20분 뒤 A 씨는 또다시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갔고, 술을 먹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공무원의 말투를 지적하며 공무원이 앉아있던 곳으로 침입했다. 공무원은 A 씨가 들어오는 것을 제지하려 했지만, A 씨는 공무원의 머리와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가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A 씨가 해당 공무원의 머리채를 잡아 끌자 주변 직원들과 다른 민원인들이 달려가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A 씨는 5분 이상 머리채를 놓지 않은 채 해당 공무원을 욕한 것으로 전해진다.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 씨를 체포했지만, 집중적으로 폭행 당한 공무원은 기절해 병원에 옮겨졌다.

경찰은 “최초 출동 때는 주취 난동 정도의 행패를 부려 A 씨를 집으로 귀가 조치했다”며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원인의 공무원 폭행은 반복되고 있다. 특히 경찰 출동 이후 다시 찾아가 공무원을 폭행하는 이번 사건마저 벌어지자, 현장에서는 불안의 목소리가 높다. 또 이번 사건에서 당시 A 씨의 난동에 보디캠으로 촬영하겠다고 알리자 A 씨는 더욱 흥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해당 행정복지센터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지도 않았다.

전국공무원노조 사상구지부는 구청 차원의 고발 조치, CCTV 영상 제공 등 수사 협조, 직원 진술 동행 등 수사 과정에서의 지원과 공무상 휴가, 병원비 지원 등 피해 공무원의 회복을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또 청원경찰 파견을 통한 추가 피해 예방 조치,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에 대한 집단 심리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노득 사상구지부장은 “이런 사건이 터지면 뒤늦게 안전요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평소엔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며 “피해 직원에 대한 보호조치 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을 말리지 못했다는 주변 직원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도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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