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협 “대통령이 약속 깼다” 준법투쟁 예고… 의사·조무사협 “거부권 환영”
간호협회 “정치적 책임 묻겠다”
면허 반납 등 단체행동 나설 듯
의사협회 “17일 총파업 보류”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간호사 단체가 사상 초유의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파업은 하지 않을 계획이나, 간호법 거부 시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는 회원들의 뜻에 따라 단체 행동 수위를 논의 중이다. 반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해온 의사·간호조무사 단체 등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환영하며 17일로 예정된 파업을 유보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이하 간호법 범국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규탄하며 단체행동에 나서겠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약속을 파기한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간호법을 파괴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단죄하겠다”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그간의 모든 진실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릴 것이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이날 오후 대표자 회의를 열고 단체행동의 수위와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파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의사 집단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행동으로는 면허증 반납과 PA(진료지원인력) 간호사들의 ‘준법투쟁’ 등이 거론된다. PA간호사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등과 함께 수술·시술 보조를 하는 등 간호사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 행위를 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업무 범위에 맞는 일만 하는 방식 등이다.
반면, 간호법 폐기를 줄곧 요구해온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환영의 뜻을 전했다.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도 국회 재의결 시까지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간호법 제정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인 면허박탈법(의료법 개정안)’에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업무상 과실치상을 제외한 범죄로 선고 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연대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료인의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의료인 면허박탈법’에 대한 재개정 절차에 국회와 정부가 나서줄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안을 국회에 재의하기로 결정되면서 보건복지부도 앞으로의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우선 간호법이 간호사 처우개선에 대한 부분을 강조한 만큼, 국가가 책임지고 처우 개선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간호인력 배치기준과 근무강도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제2차 간호인력 지원종합대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간호사가 우수한 전문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