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조의석 감독 “에피소드마다 기승전결 영화 두 편 찍는 줄 알았죠”
웹툰 원작 첫 OTT 시리즈 도전
혜성 충돌로 사막 된 서울 배경
“사막 구현, CG 담당자 몽골 가”
차기작도 6부작 드라마 예정
“지금 한국 영화계 정말 힘들어”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모습이 많이 나와요. 모두 평등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제 마음을 담았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를 만든 조의석 감독의 말이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12일부터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배경은 혜성 충돌로 사막이 된 가까운 미래의 서울. 새로운 질서가 생긴 계급사회에서 택배기사들이 투쟁에 나서는 내용을 다룬다.
조 감독은 이 작품으로 첫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리즈에 도전했다. 영화 ‘일단뛰어’(2002)로 충무로에 데뷔한 감독은 ‘감시자들’(2013) ‘마스터’(2016) 등을 만들었다. 조 감독은 “새 영화를 준비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로케이션이 힘들어져 시리즈물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영화 두 편 찍는 줄 알았다”며 “너무 힘들었다”고 웃었다. “각 에피소드마다 기승전결을 만들어야 했어요. 드라마 감독님들이 존경스럽더라고요.”
감독은 “영화는 감독을 닮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자신의 바람과 성향이 작품에 녹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후반부 ‘류석’이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없다”고 말하자 택배기사 ‘5-8’이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 언급했다. 부정적 암흑세계인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그는 “세상이 좀 더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인공인 택배기사 ‘5-8’을 연기한 김우빈과는 ‘마스터’ 이후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5-8은 산소가 희박해진 미래사회에서 산소와 생필품을 배달하는 인물이다. 배송품을 노리는 ‘헌터’들을 물리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인다.
조 감독은 “김우빈 씨가 투병 후 회복하면서 어떤 작품을 할지 고민할 때 제가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체력이 많이 안 올라와서 액션신이 힘들 수 있으니 대역을 많이 쓰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너무 어려운 장면이 아니면 본인이 직접 소화하더라”고 했다. 이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모두 컴퓨터 그래픽(CG)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류석을 연기한 송승헌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20대 중반에 송승헌 씨를 만났어요. 어느덧 40대 중반이 됐네요. 같이 늙어가고 있는 사이에요.”
쉽지 않았던 촬영 뒷이야기도 곁들인다. 조 감독은 “추운 날 촬영을 많이 했다”며 “CG가 들어가야 하니 블루 매트와 스크린을 치고 작업했는데 바람에 찢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예 컨테이너를 하나 구해서 파란색으로 칠하고 그 안에서 작업을 했다”면서 “현장에서는 뭐를 못 먹는 스타일이라 집에 와서 야식을 잔뜩 먹다 보니 살도 쪘다”고 웃었다. 사막 배경을 구현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단다. “흙과 모래가 휘날리는 사막 소스가 필요하더라고요. CG 담당하시는 분들이 몽골로 가서 직접 찍어왔어요. 도움이 많이 됐죠.”
차기작도 6부작 드라마가 될 예정이다. 조 감독은 “지금 한국 영화계가 정말 힘들다”며 “새 영화 투자도 거의 없고 개봉 못 한 영화도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 감독으로 출발을 한 사람으로서 걱정된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영화를 새로 하나 하려고 했는데 드라마 6개로 쪼개서 해볼까 생각 중”이라면서 “시리즈를 더 하려면 운동과 체력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