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영이 사건’ 간호사 징역 6년 확정… “아이 뇌세포는 계속 사라져”
생후 5일 된 아이 바닥에 떨어뜨려 의식불명
“온몸의 고관절 다 빠져… 여전히 의식 없어”
대법, 학대 간호사 상고 기각 징역 6년 확정
민사는 진행 중…“온 가족에 평생 고통”
“간호사의 학대 행위로 아이는 물론 온 가족이 평생을 고통받게 됐는데 징역 6년이라는 형량은 너무나도 적습니다.”
올해 네 살이 된 아영이의 아버지는 18일 대법원의 판단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영이는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뇌세포는 계속해서 사라져 가고 있다. 아영이 아버지는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기에 온몸의 고관절이 다 빠져서 정형외과 치료를 추가로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밤마다 방광에 관을 삽입해 소변을 빼내야 한다. 아이의 의식이 없기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의사 표현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의식 불명에 빠지게 한 이른바 ‘아영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학대 가해자인 간호사에게 징역 6년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아영이 사건과 관련해 신생아실 간호사 A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1·2심에서 선고됐던 징역 6년을 확정했다.
A 씨는 2019년 10월 20일 동래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태어난 지 닷새 된 아영이를 바닥에 떨어뜨려 두개골 골절상 등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2019년 10~12월 20여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14명의 신생아실 아기를 신체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도 드러났다.
A 씨는 아영이의 상해가 태생적인 문제이거나 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보다 앞 시간대에 근무한 간호조무사들에 의한 상해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A 씨는 임신한 상태로 3일 연속 밤 근무를 해 스트레스가 컸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상습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간호사 A 씨는 1·2심에서 모두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함께 기소된 간호조무사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병원장은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2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아이의 상해 원인은 강한 충격에 의한 외상이며, 이 외상은 A 씨가 근무했던 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신생아실의 간호사로서 신생아를 안전하게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의무를 방기한 부분은 본인의 처지가 힘들고 고달프다는 것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CCTV 영상을 보면 신생아들을 거꾸로 들어 올리거나 엉덩방아를 찧게 하고, 바닥에 떨구듯이 내려놓는 등의 모습이 보인다”며 상습학대 혐의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반인륜적인 행위로 아이는 지금 기대수명이 현저히 낮아졌으며 신생아에게 평생의 고통을 안겨 줬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1·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무변론으로 A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아영이 아버지는 “2019년부터 시작된 민사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아이의 피해 상태와 피해금액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서울 쪽 병원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몸과 마음이 너무나도 지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