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주택가 야외 공연장 소음에 주민 고통···김해시는 나 몰라라
소음 관리 주체 두고 부서 간 ‘신경전’만
공연신청·소음 민원인, 담당과 몰라 혼선
시 “소음 법 없다” 변명 불구 환경부는 규제
지자체 안이한 행정처리 시민 비판 목소리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날씨가 풀리자 주택가 인근 야외 소공연장에 뜸했던 행사가 잇따르면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 피해로 몸살을 앓는다. 그런데도 해당 지자체는 담당부서끼리 서로 책임을 미루고 사실상 나 몰라라 하고 있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경남 김해시 관동동에 사는 A(40) 씨는 지난달부터 주말만 되면 신경이 곤두선다. 집 앞에 있는 ‘카페 광장’에서 크고 작은 공연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앰프를 사용해 연주하는 악기 소리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버스킹에 휴일에도 편안히 쉴 수가 없다.
A 씨는 “병에 걸릴 지경이다”며 “주택가에 왜 공연시설을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공연이 이어진 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소음 피해를 해결해달라고 시청에 전화하면 두 개의 과가 서로 ‘핑퐁 게임’을 하듯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해시에 따르면 카페 광장은 2018년 상가주택이 빼곡한 율하카페길 서쪽 끝에 들어섰다. 2017년부터 시가 추진한 ‘장유 율하천 카페거리 특성화 사업’의 ‘야간경관조명 개선사업’ 하나로 도시디자인과가 설치했다. 소음 규제는 그동안 장유출장소 생활지원과가 맡아왔다.
관리 주체를 두고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로 추정된다. 공연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공연신청을 받았는데, 어느 과에서 접수하느냐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우선은 본청에 있는 도시디자인과가 신청을 받게 됐다.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우리는 시설 노후 관리와 보수를 담당한다. 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제재받아야 하므로 장유출장소 생활지원과에서 통제하는 것이 맞다”며 “게다가 카페 광장이 있는 곳은 공원부지다. 공연신청도 그곳에서 맡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장유출장소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생활지원과 환경관리팀 관계자는 “우리가 소음 관리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공사 현장, 노래방, 카페 외부 스피커 등 사업장이 대상”이라며 “공원에서 열린 행사는 공원관리팀이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 공연신청도 공원관리팀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공원관리팀 관계자는 “애초에 주택가에 공연시설을 설치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김해시 전체 공연시설을 관리하는 부서는 없다. 시설을 설치한 도시디자인과에서 공연신청도 받고 소음까지 관리해야 한다. 행사와 소음 관련 등 민원도 모두 총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관련 부서들이 신경전을 지속하면서 그 피해는 시민들이 모두 감당하고 있다. 공연신청 접수와 소음 피해 민원 접수를 처리해주는 부서가 없어 이쪽저쪽을 오가며 혼선을 빚는다.
A 씨의 민원도 시청과 장유출장소 당직실을 오갔다. 담당자에게 전해준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참다 못한 A 씨는 어느 날 오후 9시께 직접 공연자들에게 노래를 중단하라고 외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자칫 시민 간의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음 관리 담당자는 관련 규제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환경관리팀 관계자는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확성기로 인한 소음 발생 시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에 나가 계도 조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고정식의 경우”라며 “환경부의 소음·진동 관련 질의회신 사례집이나 지침을 보면 이동 소음은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일보> 취재진이 환경부 생활환경과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동식 확성기를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다. 환경부는 2021년 8월 ‘공공장소 발생 소음의 자율적 저감 실천을 위한 이동소음 관리요령’을 발표하고, 지자체에 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이동소음 규제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된 지역은 소음진동관리법으로 규제할 수 있고, 그 외 지역은 이동소음 관리요령에 따라 관리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동소음 관리요령에 따르면 적용 대상은 거리, 공원,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이동소음이다. 관리자는 공연 신청서 항목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고, 이를 검토한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민원이 제기되는 행위자의 거리공연은 제한도 가능하다.
시민 B 씨는 “최근 김해시청에 전화를 걸어 주택가 공연장 소음규제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뛰쳐나가 직접 해결하려다 큰 싸움이 될까봐 참았다”며 “앞으로 야외행사가 더 늘 건데, 지자체 관계자들의 안이한 행정처리에 분통이 터진다”고 비판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