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반려 인간’을 키우는 고양이가 있을지도 몰라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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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른 우주에서 만나면/전여울

〈우리가 다른 우주에서 만나면〉은 세 편의 SF 동화로 이루어진 동화집이다. 세 편의 동화는 공통적인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묘하고도 재치 있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우주 어딘가에 인간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고양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 인공 지능을 지닌 안드로이드가 원주민으로 있는 행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 등은 드넓은 우주에 대한 흥미를 자극한다.

첫 번째 동화 ‘뒤바뀐 자리’의 설정은 흥미롭다. 이 동화는 우주선이라는 공간에서 인간과 반려동물의 위치가 뒤바뀐 상황을 보여준다. 미요 행성 고양이들과, 그들이 키우는 인간들이 함께 탄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이야기이다. 새롭게 정착할 행성을 찾아 우주를 떠도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인간들은 짐칸에서 따로 생활하게 된다. 고양이인 안지가 자매처럼 생각하는 반려 인간 참치도 짐칸에 산다. 안지가 참치와 다시 함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참치를 ‘가족 구성원’으로 정식 등록하는 것뿐이다. 안지는 엄마에게 몇날 며칠을 조르지만, 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들을 ‘짐’ 취급하는 고양이들에 대한 인간들의 불만은 끝내 폭발하고 난동을 부린다.

하지만 새로운 행성을 찾지 못하면 고양이들과 반려동물인 인간은 공멸할 수도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낯선 말씨의 생명체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들은 투투 행성민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가 미요 행성 고양이들의 우주선으로 와서 헬멧을 벗는다. 그들의 얼굴은 통역기가 꼭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고양이 그 자체였다. 과연 고양이와 인간들은 예전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두 번째 동화 ‘어니를 찾아서’는 지구가 더는 살 수 없는 땅이 되자 우주 난민 수용소로 오게 된 날과 어니의 애틋한 우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날과 어니는 난민 수용소에서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고 버티며 더없이 가까운 친구가 된다.

그러나 각자 다른 거주 행성을 배정받으며, 둘은 아쉬운 이별을 맞이한다. 어니가 이주한 곳은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인공 지능 로봇이 원주민으로 살고 있는 TH-5 행성. 날과 어니가 연락을 이어 가던 어느 날, TH-5 행성에 큰 사고가 일어나면서 어니와의 연락이 끊어진다. 한참 뒤 어니는 날의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만, 어니는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다. 과연 이 어니는 ‘진짜 어니’일까?

세 번째 동화 ‘바다 저편으로’는 심해어를 인간화하여 인류 멸종을 막으려 하는 사람들과, 실험의 부당함에 맞서 그들을 막으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상반신은 인간의 몸이 되었지만, 하반신은 여전히 물고기의 몸인 채로 남아 있는 인간화 실험 대상이 된 얀. 실험의 가속화를 위해 얀에게 유전자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선택된 유리. 유리는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의 얀을 보면서 자신이 실험 참가자이자 얀의 친구가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상한 청소부 할머니가 나타나면서, 실험에 대한 유리의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유리는 실험을 막기 위해 그리고 얀을 위해 어떤 결심을 하게 될까?

이처럼 세 편의 동화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 수의 급증, 인공 지능 기술의 발달, 동물 실험 등 이슈를 다뤘다. 날로 고도화되는 과학 기술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이기심, 인공 지능과의 공존 등 인문학적 주제를 던진다. 전여울 글/sujan 그림/키다리/168쪽/1만 3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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