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지구의 화로’에서 피어나는 바늘꽃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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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지구의 생명들/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로운 지구의 생명들〉은 지구상 12곳의 서식지를 중심으로 풀어낸 생명 이야기다. 12곳은 지구의 화로, 얼어붙은 세계, 북쪽 숲, 밀림, 풀의 바다, 달궈지는 사막, 하늘, 맛있는 민물, 육지의 가장자리, 떨어져 있는 세계들, 먼바다, 새로운 세계(도시)다.

1980년 미국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히로시마 핵폭탄 2500배의 엄청난 파괴력으로 폭발했다. 그러나 몇 달 지나지 않아 바늘꽃이 꽃을 피웠다. 불이 난 곳에 핀다는 일명 ‘불풀’이다. 루핀도 꽃을 피우고 거미들이 자리를 잡고 죽은 곤충들의 잔해를 먹고 살아가면서 ‘지구의 화로’, 불 속에서도 생명이 도약하는 것이다.

남북 회귀선 부근에 지구의 사막 대부분이 분포하고 있다. 뜨거운 적도에서 수분을 머금고 증발한 공기는 곧바로 비를 쏟아내기 때문에 비로소 하강하는 회귀선 부근에선 바짝 메말라 있어 사막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막 모래 속에 생명이 암약하고, 선인장은 가시 몸둥이를 하고서 뿌리를 굉장히 넓게 뻗어 수분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낙타는 등쪽과 배쪽 털이 각각 열을 차단하고 발산하기 좋게 진화했다. 지구의 이런 현상들은 우리가 아는 한 이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 현상이라는 것이다.

지구 자체가 하나의 생명이다. 대기 속에 미세한 유기물 알갱이가 떠다니며 작은 생명을 곳곳에 흩뿌린다. 그런데 이즈음 기후 위기로 지구의 생명 현상이 흔들리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많은 생명의 운명이 바야흐로 인간의 자각에 달려 있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이한음 옮김/까치/340쪽/2만 2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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