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도 OK! 만들어도 OK! 미술이 더 재미있네
부산 미술관 어린이 전시
가정의 달, 날씨에 상관 없이 나들이를 갈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미술관이다. 작품을 감상하며 감성을 충전할 수 있지, 넓은 실내 공간에 야외 정원도 있지, 교육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지. ‘일석삼조’ 예술 나들이 장소인 부산 공공미술관 두 곳의 어린이 전시를 소개한다.
■현대미술관-재미나는 예술 놀이터
부산현대미술관 ‘포스트모던 어린이’ 2부 전시가 막을 올렸다. ‘까다로운 어린이를 위해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지 마세요’라는 부제목을 가진 2부 전시는 43명(팀)의 작가, 173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포스트모던 어린이’ 2부 전시장 입구에는 그래픽 디자인 듀오 워크스의 작품 ‘키워주세요’가 기다린다. 어린이 광고의 문구 ‘모든 것을 만질 수 있어/내 아이의 첫 전시’가 이번 전시 성격을 암시한다.
전시장 안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오른쪽에 있는 대형 볼풀장이다. 볼풀장을 비롯해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직접 ‘몸을 쓰는’ 작품이 상당히 많다. 김우진 작가는 관람객이 영상 속 체조를 따라하며 그림자로 등장 인물을 지우는 작품을 선보인다. 콜렉티브 꼼의 ‘킁킁 스르륵’은 감상자가 작품의 냄새를 맡고, 쌓고, 무너뜨릴 수 있다. 또 천 소재의 회색 조형물을 관람객이 전시장 내 원하는 장소로 옮겨 놓을 수도 있다. 1부 전시에서 고양이 가면 등의 작품을 선보인 안태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끌고 움직여 볼 수 있는 고양이 조각을 만들었다.
‘포스트모던 어린이’ 2부 전시는 가족을 주제로 한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소개한다. 다문화 가족·다인종 커플을 촬영한 변순철 작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찍은 신정식 작가, 어머니와 가족의 기록을 통해 탄생·성장·죽음의 다층적 시간성을 표현한 드림 팝 작가 등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씨앗’은 8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전시에 참여했다. 각 작품은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미니 극장에서 연속해서 상영된다. 전승배 감독의 ‘건전지 아빠’, 김현주 감독의 ‘마이 차일드’, 유세희 감독의 ‘풍선끈’등은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한편 부산현대미술관은 최정화 작가와 함께하는 가족 워크숍 ‘온나 온나, 모다 모다’를 진행한다. 오래되거나 평범한 일상용품을 재료로 해서 가족만의 특별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워크숍은 27일 낮 12시~오후 2시, 오후 3시~5시 각각 50가족이 참여할 수 있다. ▶전시=8월 27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지하1층 전시실 3·4·5. 051-220-7400.
■시립미술관-참여하는 예술 작업실
부산시립미술관은 어린이갤러리에서 참여형 전시 ‘많은 사람들’을 개최하고 있다. 김홍석 작가가 스티로폼으로 만든 입체 조각 신작 12점(사람 7점, 동물 5점)이 전시된다. 부차적 소재인 스티로폼을 주인공으로 변신시킨 작품으로 관람객이 작품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전시작 중 사람 형상의 작품은 ‘홀아비’ ‘바보’ ‘복서’ ‘곤충학자’ 등으로 불리는데, 이는 작가가 작품을 완성한 후 붙인 이름이다. 2019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불완전한 질서개발(의지)’ 시리즈 작업을 한 적이 있기에, 이번 전시작 이름 뒤에는 모두 ‘Ⅱ’가 붙는다.
메인 전시 장소 옆에는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꾸미는 전시실이 있다. 이곳에는 김 작가의 작품 ‘설날 할아버지’와 ‘백조’ 두 점이 놓여 있다. 나머지는 주말 상시 프로그램 ‘고르고 붙이고 전시하기’에 참여한 어린이 관람객이 만든 작품들이다. ‘독도의 봄’ ‘해적선’ ‘다람쥐의 꿈나라’ ‘백설공주의 성’ ‘거친 돌탑’ 등 스티로폼 조각을 붙이고 쌓아 자유롭게 만든 어린이들의 작품이 꽤 매력적이다.
‘많은 사람들’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인 ‘고르고 붙이고 전시하기’는 12월 17일까지 매주 토·일요일에 진행된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어린이갤러리 교육실 ‘작업실’에서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가는 무료이며, 회당 20명 이내로 현장 접수로 참여할 수 있다. ▶전시=12월 17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지하1층 어린이갤러리. 051-740-2602.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