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족 유출’ 시작된 부울경 인구 위기 대응은 손 잡아야
청년 이어 아동·장년 유출도 심각
상호 협력으로 체류인구 늘려야
부산연구원이 18일 발표한 보고서 ‘인구위기에 대한 부울경 공동 대응’의 요지는 체류인구 관점에서 지역소멸 문제를 살피자는 것이다. 체류인구는 생활인구에 다름 아닌데, 학업이나 직장 등 특정 목적이 있어 해당 지역에 상당 기간 머무는 인구를 말한다. 등록 주소지 기준인 정주인구에 비해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 정도를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부울경에서 정주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체류인구는 결코 적지 않다. 제주도와 수도권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인구 문제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체류인구로 바꿔야 한다는 부산연구원의 제안은 그런 이유로 귀 기울일 만하다.
정주인구 개념에 따른 부울경 인구유출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BNK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21년까지 10년 사이 무려 30만여 명이 부울경을 떠났다. 부산과 경남이 각각 12만 명 정도이고, 그나마 경제기반 등 제반 여건이 낫다는 울산도 6만 명 가까이나 순유출됐다. 이는 전국 경제권역 중 가장 큰 규모다. 부울경 인구 감소 추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건 부울경의 인구 유출 현상이 청년층을 넘어 이제는 거의 모든 연령대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에는 없던 ‘가족 유출’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최근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부산의 0~34세 인구 비율은 겨우 45%에 머무르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중 14위 수준으로, 7대 특·광역시 중에선 꼴찌다. 부산보다 0~34세 인구 비율이 낮은 광역지자체는 경북, 전남, 강원도뿐이다. 청년층만이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가족 단위로 인구가 유출되는 현상이 부산에서 유달리 심한 것이다. 안 그래도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활력을 잃은 부산인데 가족 유출까지 가속화한다면 도시 회생은 요원할 따름이다. 이르면 7~8년 안에 인구가 0명인 ‘유령 마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기존 인구정책은 한계에 부닥쳤다고 봐야 한다. 부울경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대응이 절실하다고 하겠는데, 체류인구 개념으로의 정책 전환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부울경은 경제·생활·문화권이 겹쳐 있다. 체류인구를 늘리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부울경 각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각자도생의 자세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부울경은 상생의 해법으로 함께 공을 들였던 특별연합을 완성 직전에 좌초시킨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인구위기 문제만큼은 손을 맞잡고 함께 극복해 나가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