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경쟁 제한 우려"
8월 초까지 승인 여부 결정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합병)이 유럽에서 ‘난기류’를 만났다. 18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전날(17일·현지시각)에 “양사 합병시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의 가격 상승과 서비스 질 하락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예비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발행했다. 경쟁 제한 우려에 따라 현재 계획대로는 두 회사의 합병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심사보고서는 일종의 중간 심사 결과를 담은 문서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까지 경쟁 제한 우려 해소 방안을 담은 시정조치 방안을 EU 측에 제시해야 한다. EU는 해당 시정조치와 심사보고서 답변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8월 3일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EU의 우려를 해소하고 최종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EU가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한 차례 연장한 뒤 이번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은 터라 더욱 그렇다. 거기다 EU는 2021년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가 3위에어트랜젯과 합병 심사에서 유럽행 중복노선 30여 개를 다른 항공사에 재분배할 것을 요구, 사실상 합병을 무산시킨 바 있다.

대한항공 측은 “EU 경쟁 당국의 심사보고서 발행은 2단계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의거해 진행되는 통상적인 절차”라며 “정해진 절차에 의해 대한항공과의 시정조치 협의 또한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EU 경쟁 당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와 저비용항공사(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를 포함한 인수합병을 추진한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한 총 14개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냈다. 현재 EU, 미국, 일본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만약 EU 경쟁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나머지 국가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불가능해진다. 대형 항공사들의 경우 합병을 추진하려면 세계 경쟁 당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