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김지석 6주기…묘소 찾은 BIFF “우리 안의 김지석부터 되살려야"
18일 직원 20여 명 단체 참배
고인의 특별함 회고하며 추모
직원 “당사자들 속히 대화해야”
“누가 누구에게 ‘김지석이 돼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들 안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김지석을 되살려 내자고, 우리들의 정신을 북돋우자고, 저부터 마음가짐을 달리 가져 보려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김지석 또는 그 누구 혼자가 아니라 ‘우리’입니다.”
2017년 칸영화제 출장 중 타계한 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이하 김지석 프로그래머) 6주기를 맞은 18일 오후 부산추모공원 묘소를 다녀오던 중 A BIFF 직원이 들려준 말이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20여 명의 직원들은 6년 전 타계한 김지석 프로그래머 묘소를 찾아 그의 특별함을 회고했다. 고인이 좋아하던 커피 한 잔과 흰색 국화꽃 한 송이를 각자 바치는 걸로 대신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BIFF 직원들은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 묘소를 찾았지만 올해는 기분이 남달랐다.
이날 단체 참배에는 이용관 이사장 외에도 칸영화제 출장 중인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과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사의를 표한 허문영 집행위원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 강승아 부집행위원장 등 20여 명의 직원이 함께했다. 이 이사장은 이전에도 직원들과 별도로 참배할 때가 종종 있어서 올해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게 BIFF 관계자의 전언이다.
참배에 앞서 신임 조 운영위원장은 “여러분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팬들은 영화제가 잘되기를 바라고, 좋은 일이 많기를 기대한다”며 “이제 우리도 선생님(김지석 프로그래머)한테 잘하겠다는 다짐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계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끊이질 않지만, 업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표명된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각자 품은 생각들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여겨졌다. 실제 몇몇 직원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대략의 분위기는 알 수 있었다. 일단은 각자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자, 현안을 직시하자, 그러면서도 논란의 당사자들이 하루속히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면서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타개해 나가면 좋겠다는 것이다.
참배를 마친 후 B 씨는 “우리 직원들 입장은 내외부에서 가만히 놔두길 바란다”면서도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정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이런 것들이 다 BIFF 이미지와 스폰서로 연결되는 건데,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영화제가 열리고 싶어도 못 열리기 때문에 어찌 됐든 당사자들이 빨리 나서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직원 C 씨는 “영화제가 특정인의 것도 아니고 우리 부산의 자랑이자 소중한 자산인 만큼 정상적으로 열리는 게 중요하다”면서 “현재는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다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묘비에는 ‘영화와 가족, 친구를 위해 살아온 김지석 BIFF 프로그램 디렉터가 영화의 바다로 긴 여정을 떠난다’로 적혀 있다. ‘다이빙벨’ 사태 이후 더는 흔들리는 모습으로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호명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위기의 BIFF’가 어디로 향할지는 현재로선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또 다른 BIFF 직원 D 씨의 언급처럼 “우리들은 모두 각기 다른 모습의 김지석일 수 있기 때문에 BIFF 정상화를 누구보다 바랄 뿐”이라는 말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며 비 내리는 묘역을 내려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였던 김지석은 1996년 국내 최초 국제영화제인 BIFF 창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 20년 이상 부집행위원장, 수석프로그래머 등으로 활약하며 영화제를 아시아 대표 영화제이자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외압 논란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 등으로 영화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영화제를 유지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던 와중 2017년 5월 칸영화제 출장 중 급환으로 타계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