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로 자동차 수출… 르노코리아 ‘플랜B’ 가동한 이유는?
카캐리어 수급 품귀에 유연 대응
2개월 테스트 거쳐 적재법 고안
물류 확보에 수출 물량 증대 기대
프랑스 보낼 XM3 차종부터 시도
방법 바꾸자 협력업계도 ‘웃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죠!”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에 위치한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으로 컨테이너 차량이 줄지어 진입한다. 납품을 위해 부품을 싣고 가는 컨테이너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아르카나’라는 이름으로 수출되는 XM3를 프랑스로 보내기 위해 달려간 컨테이너 차량이다.
컨테이너 문이 열리자, 곧장 XM3 1대가 후진으로 진입한다. ‘저 좁은 박스 안에 2대는 들어갈까’하는 의구심도 잠시, 진입한 차량 후드 위로 특수 제작된 사다리 장비가 설치되더니 연이어 진입한 2번째 XM3가 올라간다. 앞서 자리를 잡은 형제 차량의 후드 위에 반쯤 올라탄 형국이다.
마지막 1대가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자 고정 장치가 줄줄이 설치된다. 좁게만 보이던 컨테이너 안에 어느새 XM3 3대가 자리를 잡았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이선희 수출물류 담당은 “모터쇼 등 이벤트용으로 차량을 해외로 보낼 때 쓰는 기술이다. 국내에서 대형 수출 건에 이를 적용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컨테이너에 나란히 실린 XM3 3형제는 공장에서 10분 거리인 부산항 신항으로 보내진다. 수출 서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일주일 정도 항구에 머물며 자동차 수출 전용선인 카캐리어 대신 프랑스로 가는 일반 컨테이너선을 기다린다. 현재 하루 평균 75대 정도의 XM3가 이런 식으로 부산신항으로 향한다.
해가 바뀌면서 카캐리어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던 르노코리아는 이달부터 ‘플랜B’를 가동했다. 지난 3월부터 신차의 컨테이너선 운반을 거듭 테스트한 뒤 이를 활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고육지책을 짜내게 된 건 지난해 말부터 세계적으로 카캐리어가 귀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멈췄던 물류가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하자 해외 수출에 필요한 물류비용이 평년보다 3배 이상 치솟았다.
다행히 올 들어 물류비용은 떨어져 진정 국면을 보이지만, 카캐리어 수급은 여전히 난항이다. 이 때문에 르노코리아의 4월 수출 실적은 8000대에 못 미쳤다. 코로나 와중에도 수출 호조를 보인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사실상 반토막 난 실적이다. 2019년과 2020년 닛산 로그가 단종된 이후 어려운 시기를 겪다가 XM3로 수출 대박이 난 터라 이 같은 악재는 더 뼈아프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수출 부진은 단순히 한 공장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부산 내 수출 비율은 13.9%까지 올랐다. 부산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까지 감안하면 부산공장의 수출 제조업 내 위상은 20% 안팎에 달한다. 카캐리어 부족으로 수출 물량이 감소하면 그 악영향이 부산의 자동차 부품업계 전반으로 번진다는 의미다.
사실, 컨테이너선 수출은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쌍용차에서 최초로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주로 중고차 수출에 이용하던 것이어서 업계에서 다들 꺼려 왔던 것도 사실이다. 컨테이너선 수출의 가장 큰 난제는 컨테이너 박스 내 차량 고정이었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차량 파손이라도 생기면 브랜드 품질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르노코리아는 2개월간의 테스트를 거쳐 품질 저하 없이 신차를 컨테이너로 이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선희 담당은 “카캐리어는 수평적인 움직임이 많은 데 반해 컨테이너선은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는 수직적인 움직임이 많아 차량을 고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플랜 B’이긴 해도 카캐리어에 비해 컨테이너선의 물류비용이 10% 정도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컨테이너 차량에 20분 남짓한 적립 과정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덕에 부산공장은 프랑스로 향하는 수출길에 숨통을 틔웠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안에 멕시코 등 중남미로 향하는 물량도 컨테이너로 선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반기 부진했던 르노코리아의 수출 실적이 하반기 반등을 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이해진 제조본부장은 “닛산과의 연합 당시에도 우리는 상황에 빠르게 적응했고, 이후 최고의 퍼포먼스를 냈다”며 “부산공장이 르노그룹 내에서도 생산성 1~2위를 다투는 현장이 된 것은 유연한 변화 덕분”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